국제 은 시세가 사상 최고치로 폭등한 가운데 국내에서는 '은수저 값'이 요동치고 있다. 이달 들어 40%가량 급등했던 은수저 값이 26일 돌연 급락세로 돌아섰다.

이날 서울 시내 주요 귀금속상들은 은수저 한 벌(112.5g,순도 99%)을 15만~16만5800원에 매입했다. 전날 가격(18만7300~20만2657원)과 비교하면 10~20% 급락한 것이다.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던 25일에는 오전 한때 21만1900원에 매입한 사례도 나왔지만,오후 들어 가격이 내려가면서 은수저를 팔겠다는 발길도 줄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가격 급락에 귀금속상 사이에서는 미확인 루머까지 돌고 있다. 서울 종로3가의 한 귀금속상은 "지난 주말 종로에 은 관련 제품 1t이 풀렸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전날 저녁부터 값이 요동쳐 상인들도 어리둥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가격이 너무 오른다 했더니 결국 누군가 장난을 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급락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은 시세는 여전히 사상 최고 수준이다. 귀금속 전문업체 금시세닷컴에 따르면 국내 은 3.75g(한 돈 · 고객 구매가 기준)은 지난 1일 5325원에서 15일 6000원대(6270원),22일 7000원대(7370원)를 돌파했다. 전날엔 8085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이날 7500원으로 7.2% 내렸다.

은수저 매입가는 기본적으로 은 시세와 연동되며 여기에 환율과 국내 수급상황 등을 감안,귀금속상들이 개별적으로 고시한다. 이달 들어 귀금속상가에는 찬장 안에 보관하고 있던 은수저를 내다 팔려는 사람은 물론 소액 투자자까지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지난주 중반 이후에는 은수저 값이 하루에 1만원씩 뛰는 날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김영대 새로나은수저 대표는 "엄마와 딸이 찬장에 넣어둔 은수저를 20~30개씩 꺼내 파는 사례도 있었고 1000만원 안팎의 소액투자자들이 매입가를 많이 문의해 왔다"고 말했다. 인재곤 은나라 대표도 "지난주까지는 가격이 매일 5000~1만원씩 오르면서 은수저를 ㎏ 단위로 가져오는 고객이 하루에 4~5명씩 찾아왔다"고 밝혔다.

은수저 시세가 이번 주 들어 큰 폭의 조정을 겪긴 했지만,당분간 현 수준에서 강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정진명 골드크라운 대표는 "국제 시세가 고공행진하고 있어 단기간에 급등하기 전의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원자재정보업체 코리아PDS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5월 인도분 은값은 25일(현지시간) 온스당 4714.9센트로,전 거래일보다 2.37% 상승했다. 이달 들어 25% 오른 것이다.

귀금속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은수저 값 상승세가 국제시세 상승률을 뛰어넘어 '이상 징후'에 가까웠던 만큼 비슷한 수준으로 조정을 겪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임현우/조미현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