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득이한 사정으로 판매를 중단합니다. " 소셜커머스 업체인 위메이크프라이스(위메프)는 최근 이 같은 공지를 올렸다. 피자헛의 '치즈바이트 퐁듀 더블바비큐' 미디엄 사이즈와 콜라 1.5ℓ를 37% 할인한 1만8500원에 살 수 있는 e쿠폰을 내놓은 지 12시간 만이었다. e쿠폰은 피자헛 온라인 사이트에서 배달주문만 가능한 쿠폰이다. 3만장 한정으로 구매인원이 1000명을 넘으면 할인혜택을 준다는 조건이었지만,4387명이 쿠폰을 샀다.

쿠폰 판매가 중단된 건 같은 날 낮 12시.판매 중단을 요청한 곳은 제조사인 피자헛이었다. 피자헛 측은 자신들과 협의하지 않고 e쿠폰을 판매한 것을 문제 삼았다. 피자헛 모델인 이승기와 자사 피자 사진을 무단으로 도용한 것도 문제였다. 김희경 피자헛 마케팅팀 과장은 "위메프가 사전에 얘기 없이 할인 쿠폰을 판매했다"며 "이미 판매된 쿠폰에 대해서는 사용 가능하도록 처리했다"고 말했다.

위메프는 판매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조맹섭 마케팅팀장은 "제휴를 맺은 쿠폰업체는 피자헛 e쿠폰 판매를 위임받은 곳이기 때문에 판매에 법적인 문제가 없다"며 "다만 사진을 쿠폰업체에서 제공받은 것이어서 피자헛 본사의 지적을 받아들여 판매를 중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티켓몬스터,쿠팡,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업체 간의 치열한 경쟁 탓이란 지적이다. 피자헛이 뒤늦게 위메프의 쿠폰 판매 사실을 알게 된 것도 쿠팡 측이 항의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피자헛은 당시 쿠팡과 함께 할인쿠폰 판매를 준비 중이었다.

판매된 쿠폰은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됐지만,위메프를 통해 피자헛 할인쿠폰을 사려고 기다렸던 네티즌들로부터 댓글이 잇따랐다. 블로그에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위메프처럼 큰 소셜커머스가 판매를 중단해야 했던 부득이한 사정이 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네티즌도 인터넷 게시판에 "점심시간에 쿠폰을 사려고 했는데 3만장 판다더니 4000여장 팔고 그만뒀다"는 글을 올렸다.

업계는 지난해 600억원 규모였던 소셜커머스 시장이 올해 5000억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몸집이 커지는 만큼 상품을 내놓는 과정에도 신뢰를 키울 때다.

조미현 생활경제부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