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베트남이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잇따른 금리 인상 조치에도 불구하고 동화 평가절하와 전기료 · 교육비 · 임금 등의 급등으로 치솟는 물가를 잡기가 어려운 형국이다.

25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달 들어 24일까지 베트남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17.51%로 집계됐다. 이는 2008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전월 대비로는 3.32%로 1991년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베트남 통계국은 "교육비 · 음식료 · 건자재 등의 가격 급등으로 4월 물가가 큰 폭으로 뛰었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빠른 경제성장과 인플레는 아시아 국가들이 안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점이지만 베트남은 동화 평가절하로 심각한 불균형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역수지 적자를 개선하기 위해 동화를 평가절하한 것이 인플레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1분기 베트남의 무역적자는 30억3000만달러로 작년 1분기 적자 규모(34억3000만달러)를 소폭 밑돌았다. 베트남 당국이 지난 2월 달러화에 대한 동화 가치를 8.5% 절하하는 등 1년2개월 새 네 차례 평가절하를 단행해 베트남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올라간 덕분이다.

베트남 중앙은행은 지난 1일 기준금리인 재할인금리를 12%에서 13%로 인상하는 등 작년 11월 이후 모두 일곱 차례 금리를 올렸다. 하지만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인플레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올 들어 CPI 상승률은 9.64%로 연간 목표치인 7%를 웃돌고 있다. 베트남 당국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목표로 7%를 잡고 있다. 호찌민은행대학의 르탐두옹 이코노미스트는 "경제성장과 인플레 억제를 동시에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에 성장률 목표를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