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여걸' 최은영 회장, 해적으로부터 선원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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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한진해운 회장(49) 회장이 피랍 위기에 처한 한진해운 소속 선원들을 구했다.
21일 새벽 최회장은 한진텐진호가 해적의 공격으로 일촉즉발의 상황에 몰렸다는 보고를 받았다. 최회장은 보고를 받은 즉시 공항으로 향하던 차를 돌려 비상상황실로 향했다.
이날 최회장은 경남 거제 삼성중공업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1만TEU급 컨테이너선 '한진차이나' 명명식장에 가기 위해 김포공항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이 선박은 한진해운이 발주한 5척의 1만TEU급 대형 컨테이너선 중 3번째 배다. 선박 명명식은 매우 중요한 회사 행사였지만 최회장은 이를 전격 취소시켰다.
최회장은 차를 돌려 곧바로 여의도 본사로 돌아왔다. 그는 비상상황실에 들러 자세한 보고를 받은 뒤 매뉴얼에 따라 상황을 처리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최회장은 또 본사 부장급 직원 두 명을 국토해양부와 외교통상부로 보냈다. 정부의 비상 조치에 협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또 한진해운 소속 선박과 선원 관리를 하는 자회사인 부산의 한진SM에도 상황실을 설치해 화상회의로 정보를 공유토록 했다. 해운사가 선박 상황을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정부와 한진해운의 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최 회장은 이날 오후 9시 선원들이 모두 무사하다는 정부의 공식발표가 있기까지 상황실을 단 한번도 떠나지 않았다. 비서실 직원을 시켜 김밥과 샌드위치, 커피를 사오게 해 상황실 직원들과 함께 점심과 저녁 끼니를 해결하면서 상황을 지켜봤다.
이번 피랍 사건은 200여척의 선박을 운영하는 국내 1위 해운선사인 한진해운이 처음 겪는 비상사태였다. 사태가 마무리되기 전까지 상당수 직원들이 동요하는 분위기를 보이자 최회장은 농담을 던져가며 "긴장하지 말라"고 웃음을 유도하기도 했다.
한진텐진호가 비상사태에 대비해 철저한 매뉴얼을 구축하고 실전에서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이를 수행한 것은 한진해운의 시스템 경영이 빛을 발한 것이라는 게 이번 사태를 처리했던 정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최회장이 참착하게 사태를 해결하자 '주부'가 아닌 '경영인'으로서 능력을 확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회장은 2009년 해운업계가 사상 유례없는 불황에 빠지자 전문경영인인 김사장과 함께 위기를 극복하면서 경영능력을 발휘했다.
남편인 조수호 전 회장이 타계한 뒤 최회장은 2007년 1월부터 회사 경영을 맡아왔다. 당시만해도 경영 경험이 전혀 없어 '주부' 경영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섬세한 감성 경영을 도입해 남성들이 지배하는 해운업계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피랍 사태를 계기로 최회장이 결단력과 카리스마를 보여줘 한진해운그룹의 오너 경영인으로서 능력을 검증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시은 기자 showtim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