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해외 금융시장에서 국민연금의 위상이 몰라보게 높아졌습니다. "

오영수 국민연금 뉴욕사무소 설립추진단장(42 · 사진)은 작년 10월 국민연금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했다고 한다. 당시 아랍에미리트(UAE)와 영국을 잇따라 방문했던 전광우 국민연금 이사장을 수행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주요 인사들을 직접 만날 수 있었다. "콧대가 높기로 유명하다는 아부다비투자청(ADIA) 총재인 셰이크 하메드 왕자가 나와 방문단을 맞이하는 걸 보며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제가 입사한 2003년만 해도 국제행사에 참석하면 다들 '니네 왔냐'는 식으로 본체만체했거든요. "

오 단장은 지난해 말 국민연금의 해외 첫 거점이 될 뉴욕사무소 설립추진단장으로 뽑혔다. 내부 공모를 통해 올라간 4~5명의 후보 가운데 그가 최종 낙점을 받았다.

뉴욕사무소는 오는 6월 하순께 개소식을 열고 7월1일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개소식에는 벌써부터 골드만삭스 JP모건 모건스탠리 등 국민연금과 거래하는 해외 유수의 자산운용사 대표들이 참석하겠다고 줄을 섰다. 오 단장은 향후 3년간 이곳에서 시장 조사,정보 수집,투자 대상 물색,해외 네트워크 강화 등 각종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국민연금은 운용자산 규모가 지난해 말 323조원으로 세계 4위의 '큰손'이다. 국민연금 보험료로 들어오는 돈은 매달 2조원.국민연금은 수익률을 높이고 투자대상을 다변화하기 위해 해외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그 첨병을 42세의 여성이 맡게 됐다. 전 이사장은 "실력이 있고 현지인들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을 뽑았다"며 "세계 금융시장의 심장부인 뉴욕에서 탄탄한 네트워크를 만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단장은 고등학교 1학년 때 교수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조기 유학을 떠났다. 고교 졸업 후 매사추세츠대에 들어가 경영학을 전공했다. 재무학을 주로 공부한 그는 졸업 후 외환은행과 삼정KPMG 등을 다니다 2003년 국민연금에 합류했다.

그때부터 줄곧 해외주식 운용파트에서 일했다. 자산운용사 선정에서 관리,교체 등에 이르기까지 위탁운용에 대한 실무를 총괄했다. 당시만 해도 국민연금은 해외투자를 해본 경험이 별로 없었다. 바닥부터 시스템을 만들어 가야 했다. 지금은 기틀이 잡혔다. 2009년부터는 직접 해외투자도 하고 있다.

"저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과 철학을 봅니다. 수익률만 보고 뽑는 것은 오히려 쉽죠.그러나 최근의 성과가 좋다고 해서 앞으로도 쭉 좋을 거라고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그보다도 펀드매니저와 운용사가 투자 철학과 유연함을 고루 갖추고 있는지 유심히 살펴봅니다. "

그는 이 같은 원칙에 따라 해외주식 위탁운용사를 선정하고 관리한 결과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아쳤던 2008년을 제외하고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 달러화 기준 수익률을 연 10% 이상 낼 수 있었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35.2%라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오 단장은 매일 오전 7시에서 7시30분 사이에 사무실에 나온다. 전 세계 금융시장 동향을 체크하는 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스스로를 아침형 인간으로 생각하는 그는 이때가 업무 효율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2000년 결혼해 남편과 단둘이 살고 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