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2020 미래전략 다시 짠다…CEO들, 새 먹을거리 찾기 '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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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실, 5월 말까지 추진 지시…계열사별 한계사업 속속 정리
윤순봉 삼성석유화학 사장은 지난주 인도네시아를 둘러보고 돌아왔다. 현지 시장을 점검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삼성석유화학이 미래 먹을거리로 정한 바이오연료와 바이오케미칼 분야의 사업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서다. 박상진 삼성SDI 사장도 이달 초 미국 출장을 다녀왔다. 박 사장은 출장 기간 중 올해 본격적으로 진출할 예정인 전기자동차용 중형 2차전지 시장을 둘러보고 주요 바이어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계열사들이 최근 분주해졌다. 각사 최고경영자(CEO)가 앞장서 '새로운 먹을거리' 발굴을 위해 뛰어다니는 분위기다. 계열사별로 수익성 없는 사업을 정리하는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은 각 계열사에 2020년까지의 신수종사업 추진 시나리오를 만들라는 지시를 내렸다.
지난 1월3일 신년 하례회에서 "10년 뒤 삼성을 대표하는 모든 제품이 사라진다"는 이건희 회장의 발언을 구체화하는 시도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 계열사들 중장기 전략 다시 짠다
복수의 삼성 관계자에 따르면 미래전략실은 지난주 각 계열사에 5월 말까지 미래 신수종사업 추진 계획을 만들라는 지시를 내렸다. 앞으로 10년 뒤인 2020년까지 사업 계획과 비전을 짜라는 것.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의 발언을 계기로 '넥스트 삼성'을 준비하자는 차원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룹 차원에서 지난해 5대 신수종사업(태양전지,자동차용 전지,LED,바이오제약,의료기기)을 정했지만 계열사도 기존 사업에만 매달려 있어선 안 된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각 계열사들은 현재 주력사업을 확장하거나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는 계획 준비에 착수했다. 대표적인 예로 삼성엔지니어링은 기존 주력사업인 플랜트 외에 발전사업을 향후 주력사업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휴대폰 등 IT기기용 소형 2차전지에 이어 올 하반기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에 전기차용 전지를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중대형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박상진 사장은 이와 관련,20일 열린 삼성그룹 수요사장단 회의에서 "2015년이면 전체 전지 시장의 50%를 중 · 대형이 차지할 것"이라며 "보쉬와의 합작사인 SB리모티브를 통해 수주를 늘리고 글로벌 운영 체제를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전자뿐 아니라 모든 사업 분야가 예상보다 빠르게 시장이 변화하고 있다는 게 그룹 내부의 판단"이라며 "삼성 각 계열사 CEO들의 올해 최우선 과제는 제대로 된 신수종사업을 찾는 것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계사업 정리도 동시에 추진
신사업 발굴과 함께 삼성 계열사들은 한계사업에 대한 정리계획도 미래전략실에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계사업 정리는 그동안 계열사별로 늘 해왔지만 이번엔 '10년 뒤'의 시장 상황을 가정해 다시 세부 계획을 짜는 것이다. 미래전략실이 지난달부터 삼성테크윈에 대해 경영 진단을 벌이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룹 관계자는 "삼성테크윈이 맡고 있는 사업 유닛(unit)이 150여개에 달한다는 점에서 유닛별로 수익성이 있는지 여부를 그룹 차원에서 들여다보고 있다"며 "올해 이 같은 계열사에 대한 경영 진단이 자주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계열사별 한계사업 정리작업은 이달 들어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일 삼성테크윈은 10년간 해왔던 휴대폰용 카메라 모듈 사업을,7일엔 삼성정밀화학이 암모니아 요소 계열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도 19일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사업을 미국 시게이트 테크놀로지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20년째 사업을 벌여왔지만,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이태명/김현예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