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삼성전자가 자사의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베꼈다며 미국 현지법원에 지식재산권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도 맞소송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태도여서 두 거대 IT기업의 특허전쟁 향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IT산업에 상당한 파장이 몰아칠 수도 있다.

양사의 이번 특허전쟁이 여느 경쟁 기업들의 분쟁과 다른 것은 삼성과 애플의 독특한 관계 때문이다. 두 회사는 PC, 모바일 등에서 경쟁하고 있지만, 애플은 삼성으로부터 반도체와 LCD 등을 납품받고 있다. 말하자면 삼성으로서는 애플이 경쟁자이자 최대 고객이다. 삼성이 애플의 의도를 면밀히 파악하고 있다고 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애플의 의도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다. 고도로 계산된 마케팅 전략일 수도 있고 유력한 경쟁자의 추격에 쐐기를 박자는 계산일 수도 있다. 아니면 애플의 초조함을 보여주는 방증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의도가 어디에 있건 소송과 맞소송이 벌어질 경우 애플도 결코 자유로운 입장은 아니다. 애플은 삼성에 대해 부당이득, 상표권 침해와 10가지에 이르는 특허권 침해 등을 문제 삼고 나섰지만 상당수 통신표준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인 만큼 분쟁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최근 전자산업을 보면 누가 신제품을 들고 나오더라도 특허침해를 피해가기 어려운 환경이다. 스마트폰 특허소송만 작년 말 현재 97건에 이를 정도다. 자신은 선두주자요 경쟁자는 모두 모방자라고 주장하는 애플도 PDA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스마트폰의 발전과정에서는 후발주자에 불과하다. 애플이 노키아와의 특허소송에 휘말리고 있는 것도 이 부분에서다. 특허가 신제품 경쟁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라면 이는 기업들과 소비자 모두의 손해다. 이전투구식 특허전쟁은 결국 특허괴물에게만 좋은 일을 시킬 뿐이다. 시장은 과감한 특허 크로스 라이선스(cross license)나 특허 풀(pool)을 통해 삼성과 애플 간 새로운 IT 신제품 경쟁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