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이 낮은 서민을 대상으로 한 신용카드 대출이 급격히 늘고 있다. 상호금융회사나 대부업체를 통한 대출도 덩달아 증가했다. 2003년 터진 신용카드 부실 사태가 이번에는 '서민발 금융대란'으로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19일 개인신용정보 평가회사인 나이스신용평가정보에 따르면 은행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저신용층(7~10등급)의 신용카드 대출이 최근 급증했다. 7등급 가운데 신용카드 대출을 받은 사람은 지난해 3분기 37만명에서 4분기 68만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8등급은 24만명에서 31만명으로,9등급은 13만명에서 17만명으로 각각 증가했다. 10등급 카드 대출 이용자는 29만명에서 8만5000명으로 줄었다.

저신용자의 카드 대출 금액도 급증했다. 7등급 카드 대출 평균 잔액은 지난해 9월 말 471만원에서 연말 536만원으로 65만원(13%) 늘었고,8등급은 425만원에서 527만원으로 102만원(24%),9등급은 461만원에서 597만원으로 136만원(29%) 증가했다.

지난해 카드 대출은 전년(18조원)보다 38% 늘어난 24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우량 고객인 1등급의 카드 대출이 지난해 9월 말 1076만원에서 연말 883만원으로,2등급은 890만원에서 779만원으로 각각 줄었는데도 저신용 서민층의 이용 확대로 급증한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직접 통계에 잡히지는 않지만 상당수 카드 대출은 다른 빚을 갚기 위한 용도로 쓰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카드는 은행 이용자가 제2금융 대출을 쓰기 직전에 사용하는 수단"이라며 "서민가계 부채 문제가 제2금융권에서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카드사들은 "다중채무자의 금융정보를 공개하기 때문에 2003년에 있었던 돌려막기(카드 현금서비스로 다른 카드빚 결제)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금융계 일각에서는 돌려막기를 하지 못하는 서민들이 상호금융회사나 대부업체로 내몰리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농협 신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회사의 가계대출은 지난해 154조8000억원으로 17.1% 늘었다.

2009년부터 시작한 희망홀씨 대출은 연체율이 이미 3%를 넘어섰다. 정부가 보증해준 농협의 근로자생계보증 대출은 2009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취급한 것만 따져도 연체율이 10%를 넘는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