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지난해 외국인 국내 직접투자액보다 자본 회수로 빼나간 돈이 1억5천만달러 더 많아"
“정부가 발표한 외국인 직접투자액의 절반도 실제론 투자 안돼”
“고용창출 효과 낮고 국내 업체와 경쟁하는 중소외국 업체에 엉뚱하게 지원”
“FDI투자 5년 연속 감소세”


지식경제부는 올초 2010년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공장을 짓거나 경영활동 목적으로 지분을 10% 취득하는 직접투자(FDI:Foreign Direct Investment)가 전년 보다 13.8%가 늘어난 131억달러에 달했다고 발표했다.2001년 이후 우리나라에 대한 FDI 규모는 110억달러 전후로 안정적으로 유지되며 그린필드형(부지를 직접 매입해 공장을 짓는 투자방식)투자가 증가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하지만 실제 외국인투자는 정부발표와 달리 오히려 급감하는 것으로 나타나 정부의 발표가 ‘실적 부풀리기’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전문가들은 ‘유치하고 보자’는 식의 묻지마 외국인투자 유치전략의 전면적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외국인 투자보다 빠져나간 돈이 더 많아

국회예산정책처가 19일 발표한 ‘외국인투자유치사업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FDI투자 발표는 현실과 동떨어진 부풀기식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지난해 순외국인투자액(외국인 국내투자액-자본회수액)은 마이너스 1억5000만달러에 달했다.이는 외국기업이 국내에 투자목적으로 들여오는 돈보다 배당이나 M&A(인수합병)매각 등을 통해 외국인으로 빼내간 돈이 훨씬 많다는 얘기다.

실제 2010년 정부가 발표한 FDI 투자액 대비 실제 투자가 이뤄진 도착률은 신고액의 41%에 불과했다.2009년에는 신고액 대비 59%였으나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다.고용창출 효과가 높은 제조업 투자인 그린필드형의 실제 투자 감소세는 더욱 두드러졌다.그린필드형 투자의 실투자율은 2009년 신고액에 비해 44%에서 지난해에는 31%로 급감했다.외국기업이 국내에 직접 부지를 확보해 생산공장을 짓는 투자를 갈수록 꺼리고 있다는 얘기다.보고서는 “정부가 MOU 단계서부터 신고액으로 잡아 발표하는 FDI 집계는 현실과 동떨어진 만큼 실제 투자율 기준으로 바꿔야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업체 역차별하는 엉뚱한 업체에 재정지원

지난 5년간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한 재정지출은 4688억원,조세감면 등의 지출은 2조5586억원에 달했다.특히 일정금액 이상의 외국인 투자에 대한 법인세 감면 등의 조세지출 규모는 2009년 7293억원으로 재정지출액 1080억원의 6배에 달했다.재정지원은 80%가 입지지원에 집중됐다. 이처럼 재정,조세지원 규모는 해마다 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성과평가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단지형 외국인투자지역의 입주률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2005년 지정된 경북 구미와 경기 당동 외투지역의 입주율은 각각 40%,22%에 그치고 있다.2009년 조세감면을 받은 외국기업은 전체 외투기업의 1.8%인 137개업체로 평균 감면액은 53억원을 차치하는 등 감면업체는 줄어드는 대신 개별 업체의 감면액은 늘어나는 추세다.

문제는 조세 재정지원을 받는 외국인투자기업의 상당수가 중소규모이고 국내 내수시장 비중이 높은 업체라는 점이다.외국인투자기업의 과반 이상이 매출액 대비 내수비중이 평균 69%를 차지했다.내수 비중이 높은 기업 중 상당수가 매출액과 종업원수가 적은 소규모 외국인투자기업이 차지했다.또 연구개발을 전혀 하지 않는 기업도 36%인 181개사에 달했다.사실상 고용창출 효과가 낮고 연구개발 투자가 거의 없으면서 내수시장을 두고 국내기업과 경쟁을 벌이는 외국인 투자기업을 위해 정부가 재정 세금지원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허가형 예산정책처 평가관은 “FDI 목표를 기존의 ‘자본유치’방식에서 탈피해 전략적 유치로 전환하고 국내 기업에 비해 연구개발 등에서 비교우위에 있는 기업에 선택적으로 재정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