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 각국의 경상수지 등 글로벌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7개 국가를 대상으로 구체적인 평가에 나서기로 했다.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국가들의 불균형 지표를 진단한 뒤 시정 조치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10월 열리는 IMF 연차총회와 11월 열리는 G20 프랑스 정상회의에서 해결책을 제시할 예정이다. 그러나 일부 국가가 반발할 경우 강제할 수단이 없는 데다 평가 결과에 대한 객관성 검증도 쉽지 않아 논란이 될 전망이다.

G20 재무장관 · 중앙은행 총재들이 15일 회의에서 잠재 불균형 국가로 지정한 7개국은 미국 중국 일본 독일 인도 프랑스 영국 등이다. 이들은 G20 국가 전체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 이상이어서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국가들이다. IMF는 1차 평가 결과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국가에 대해서는 별도로 심층 조사를 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난 2월 파리 회의 이후 각국의 불균형 여부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회의를 계속해왔다"며 "이번 회의에서 평가 방법론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위적인 위안화 저평가 정책에 따라 무역흑자를 늘려온 것으로 지목받는 중국도 이번 합의를 전격 수용했다.

G20은 이와 함께 원자재 가격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파생상품 시장 참가자에 대한 규제와 감독이 필요하다는 데 합의했다. 회원국들은 국제증권관리위원회(ISOCO)에 9월까지 '사전적 포지션 제한' 등 규제 권고안을 마련할 것을 요청했다.

G20 국가들이 원자재와 파생시장 규제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한 것은 처음이다.

한편 국제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핫머니(국제적 투기자금)에 대해 IMF는 자본 유입과 유출 양 측면에서 모두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IMF는 이날 운영위원회 회동 후 발표한 성명에서 "자본 흐름에 대한 규제는 각국의 특수한 여건 등을 감안해 쌍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여기에는 (신흥국의) 자본 유입에 대한 관리는 물론 (선진국의 과다한) 자본 유출도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신흥국으로 몰리고 있는 핫머니가 선진국의 막대한 재정적자와 초저금리의 결과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기두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이날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풀린 돈이 신흥국으로 몰리면서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핫머니가 문제가 된 것은 미국의 양적완화가 아니라 일부 국가들이 통화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데 따른 결과"라고 주장,선진국과 신흥국 간 시각 차이를 드러냈다.


◆ 글로벌불균형

global imblance.중국 한국 등 신흥국들이 경상수지에서 대규모 흑자를 내는 반면 미국 등 선진국들은 적자가 누적되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의 과잉소비와 신흥국의 수출드라이브 정책 등이 원인이다. 미국은 글로벌 불균형을 자국 경제위기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국제사회에 시정을 요구해왔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