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위암의 진단과 치료에 관한 한 종주국입니다. 미국 3대 암병원으로 꼽히는 뉴욕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의 암 전문의가 위암에 걸린 어머니를 한국으로 보내 치료할 정도입니다. "

노성훈 대한위암학회장(57 ·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외과 교수 · 사진)은 한국의 위암 치료 기술은 세계 최고라고 강조했다. 오는 20일부터 나흘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제9회 국제위암학술대회(IGCC 2011) 대회장을 맡은 그는 17일 "학술대회에서 한국은 그동안 쌓아온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위암에 관한 새로운 진단과 치료기술 기준을 정립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역대 대회 사상 가장 많은 2000여명의 세계 각국 의사들이 참석하고 1200여편의 논문이 발표된다. 로봇수술을 이용한 위암수술,복강경 수술과 이보다 한 단계 발전된 단일공 복강경수술(내시경 구멍을 하나만 뚫고 수술),자연개구부수술(NOTES · 복강이 아닌 질,구강,항문으로 내시경 삽입),표적항암제를 이용한 위암치료 등 최신 연구결과들이 소개될 예정이다.

로봇수술은 세브란스병원이 400건 이상 실시했고 서울대병원,고려대 안암병원,국립암센터,아주대병원 등도 적극 도입 중이다. 방영주 서울대병원 교수는 유전자분석 결과 로슈의 표적항암제인 '허셉틴'이 환자 중 5~7%의 생존율을 증가시키는 데 기여한다는 논문으로 위암 치료분야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 바 있다. 다만 새 의료기술이 환자의 예후(치료결과에 대한 예상)에 좋은지,경제성이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데 이번 학술대회에서 심도 있게 논의될 예정이다.

노 회장은 "한국이 위암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든 것은 서구보다 위암 환자가 많고 대형병원으로 환자들이 쏠리면서 몇몇 교수들이 뛰어난 진단과 치료 노하우를 축적하게 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암 환자 중 위암 환자가 가장 많지만 서구에서 위암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위권 밖이다. 군립 · 현립 · 도립병원 등 공공기관의 역할이 큰 일본은 각 병원마다 한 해 40~50명 정도의 위암 환자를 수술하지만 서울아산병원 등 한국 5대 병원에서는 연간 1000건 이상의 위암수술을 한다. 미국도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병원의 경우 한 해에 고작 150명 정도의 위암 환자를 치료할 뿐이다.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위암 전문의들이 일본과 미국으로 위암치료를 배우러 연수갔지만 최근에는 한국을 찾습니다. 내시경을 이용한 위암 진단과 초기암 수술도 일본에서 활성화시켰지만 지금은 한국이 더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지요. "

이번 국제위암학술대회가 끝난 뒤 9개국 16명의 외국 전문의가 2주간 한국에 남아 국내 9개 병원에서 현장실습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노 회장은 "한국인은 전체 암 환자 다섯 명 중 한 명(18%)이 위암환자"라며 "이는 김치나 젓갈 등 발효된 짠 음식을 일상적으로 먹는 습관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전통음식이 성인병 예방 등 건강상 유익하고,식사습관이 위암 발병에 결정적이라는 증거도 미비하기 때문에 정기적인 위내시경 검사로 위암을 조기에 발견,치료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예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