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베이징 컨센서스'의 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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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反)달러 동맹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14일 중국의 하이난다오 싼야에 모인 브릭스(BRICS) 정상들은 성명을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는 국제통화시스템의 결함을 드러냈다. 현재 진행 중인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역할 강화와 SDR 구성 논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SDR을 새 기축통화로 활용하고 달러 유로 엔화 파운드로 구성된 SDR 바스켓에 위안화 등 신흥국 통화를 넣으려는 이른바 '베이징 컨센서스'가 반영된 행보다. SDR 띄우기는 위안화 기축통화 만들기의 일환이다.
저우샤오촨 중국인민은행 총재가 "SDR을 국가를 초월할 슈퍼 기축통화로 만들자"고 했던 건 2009년 3월이었다. 그해 6월 러시아에서 첫 모임을 가진 브릭스 정상들은 성명에 SDR을 넣지 않았다.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하고 다원화된 국제통화시스템이 매우 필요하다고 믿는다"는 성명을 내는 데 그쳤다. 지난해 브라질에서 열린 2차 회담에선 "주요 기축통화(달러)의 상대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함을 강조한다"고만 언급했다.
이번 3차 회담 성명에 처음으로 SDR이 등장한 건 브릭스의 영향력과 함께 자신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이번 회담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신규 가입해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 5개국 정상이 모였다. 이들 5개국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8%,무역액의 15%,면적의 30%,인구의 42%를 각각 차지한다. 브릭스의 영향력이 먹힌 걸까. 정상회담 하루 뒤인 15일 워싱턴에서 이틀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담 성명에도 'SDR의 구성통화 확대를 추진한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달러 중심의 불공평한 기존 통화질서를 재편해야 한다는 '베이징 컨센서스'가 불과 2년여 만에 국제사회에서 본격적으로 지지를 받는 단계에 들어간 것이다. 저우 총재의 SDR 기축통화 발언에 대해 "새 기축통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며 반박했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지난 1월 워싱턴을 찾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 "위안화의 SDR 편입을 지지한다"며 입장을 바꿨다. 올해 G20 의장국인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도 지난달 중국 난징에서 열린 G20 세미나에서 "중국과 같은 신흥국이 세계 경제성장에서 갖는 중요성을 감안할 때 신흥국 통화가 SDR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기축통화 달러를 과도하게 찍어내는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 탓에 핫머니가 신흥국에 유입돼 인플레이션과 자산거품이 유발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동시에 SDR 기축통화론을 꺼내든 2009년부터 위안화 무역결제를 시작하는 등 위안화 기축통화 행보를 서두르고 있다.
기존 질서를 깨려는 '베이징 컨센서스'에 미국이 전전긍긍할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중국을 기존 질서의 '책임있는 이해당사자(responsible stakeholder)'로 편입시키려는 미국의 전략은 유효해보인다. "신흥국 통화가 SDR에 편입되려면 유연한 환율시스템과 독립적인 중앙은행,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 보장돼야 한다"(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는 주장은 국제 통화 질서가 바뀌더라도 변치 않는 보편 원칙이 있음을 보여준다. 환율을 정부가 통제하고,금리를 국무원(중앙정부)이 결정하고,자본 유출입을 억제하는 행태를 바꾸지 않는 한 위안화 기축통화는 먼 얘기일 뿐이다. 보편성이 결핍된 '베이징 컨센서스'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만주족이 힘으로 중원을 정복했지만 당시 주변국으로부터 인정받은 한족의 문화에 동화된 것처럼 말이다.
오광진 국제부장 kjoh@hankyung.com
저우샤오촨 중국인민은행 총재가 "SDR을 국가를 초월할 슈퍼 기축통화로 만들자"고 했던 건 2009년 3월이었다. 그해 6월 러시아에서 첫 모임을 가진 브릭스 정상들은 성명에 SDR을 넣지 않았다.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하고 다원화된 국제통화시스템이 매우 필요하다고 믿는다"는 성명을 내는 데 그쳤다. 지난해 브라질에서 열린 2차 회담에선 "주요 기축통화(달러)의 상대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함을 강조한다"고만 언급했다.
이번 3차 회담 성명에 처음으로 SDR이 등장한 건 브릭스의 영향력과 함께 자신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이번 회담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신규 가입해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 5개국 정상이 모였다. 이들 5개국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8%,무역액의 15%,면적의 30%,인구의 42%를 각각 차지한다. 브릭스의 영향력이 먹힌 걸까. 정상회담 하루 뒤인 15일 워싱턴에서 이틀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담 성명에도 'SDR의 구성통화 확대를 추진한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달러 중심의 불공평한 기존 통화질서를 재편해야 한다는 '베이징 컨센서스'가 불과 2년여 만에 국제사회에서 본격적으로 지지를 받는 단계에 들어간 것이다. 저우 총재의 SDR 기축통화 발언에 대해 "새 기축통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며 반박했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지난 1월 워싱턴을 찾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 "위안화의 SDR 편입을 지지한다"며 입장을 바꿨다. 올해 G20 의장국인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도 지난달 중국 난징에서 열린 G20 세미나에서 "중국과 같은 신흥국이 세계 경제성장에서 갖는 중요성을 감안할 때 신흥국 통화가 SDR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기축통화 달러를 과도하게 찍어내는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 탓에 핫머니가 신흥국에 유입돼 인플레이션과 자산거품이 유발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동시에 SDR 기축통화론을 꺼내든 2009년부터 위안화 무역결제를 시작하는 등 위안화 기축통화 행보를 서두르고 있다.
기존 질서를 깨려는 '베이징 컨센서스'에 미국이 전전긍긍할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중국을 기존 질서의 '책임있는 이해당사자(responsible stakeholder)'로 편입시키려는 미국의 전략은 유효해보인다. "신흥국 통화가 SDR에 편입되려면 유연한 환율시스템과 독립적인 중앙은행,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 보장돼야 한다"(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는 주장은 국제 통화 질서가 바뀌더라도 변치 않는 보편 원칙이 있음을 보여준다. 환율을 정부가 통제하고,금리를 국무원(중앙정부)이 결정하고,자본 유출입을 억제하는 행태를 바꾸지 않는 한 위안화 기축통화는 먼 얘기일 뿐이다. 보편성이 결핍된 '베이징 컨센서스'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만주족이 힘으로 중원을 정복했지만 당시 주변국으로부터 인정받은 한족의 문화에 동화된 것처럼 말이다.
오광진 국제부장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