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시스템 반도체와 전기차 천연물신약 박막태양전지 등 10개 분야를 주요 신성장동력 과제로 삼아 올해 6조5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9년 발표한 17개 분야에서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10개 프로젝트를 다시 선정한다는 것이다. 10년 전 차세대 성장동력사업을 재정비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정부 지원 사업의 아이템을 줄인 것은 잘한 일이다. 물론 10개 사업의 내용을 찬찬히 뜯어보면 의아스런 대목도 없지는 않다.

산업 생태계는 6개월이 멀다하고 변하고 있다. 불과 1년 전에 개발한 신기술도 지금은 범용 기술로 되는 것이 다반사다. 어떤 미래학자는 '기술은 이제 죽었다(Technology is dead)'고 까지 말한다. 기술뿐만 아니라 제품도 마찬가지다. PDA나 넷북 등은 빛 한번 보지 못하고 시장에서 밀려 났다. 융합과 개방이 급속도로 진척되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먹고 살 만한 첨단기술과 제품을 찾아내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부분과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 사이에 적지 않은 간극이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 등은 정부 지원과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는 것이고 보면 예측이 상당부분 어긋나는 것도 현실이다. 결국 헛돈을 쓰는 분야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해당 분야의 이익집단이 정부 예산을 갈라먹기로 뜯어간다면 신성장 예산은 성장을 오히려 그르치는 정치적 예산이 될 수도 있다. 장래의 기술은 알기 어렵고 당장의 산업집단은 예산 투쟁에 열을 올리는 것이 이런 종류의 사업이다. 신성장 동력 산업을 지원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역시 조기 사업화 가능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