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전망팀이 참 무뎌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14일 기자들과 만나 IMF의 물가 전망을 이같이 혹평했다. IMF가 12일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5%로 전망한 사실을 언급하면서다. 국내외 주요 경제예측 기관에서 '4%대 물가' 전망이 공식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자체 전망치인 '3% 수준'보다 무려 1.5%포인트 높은 수치를 IMF가 제시하자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이 관계자는 "IMF가 우리 경제의 구체적 상황을 제대로 보지 않고 신흥국 물가 상승률을 상향조정하면서 우리 것도 함께 올린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IMF뿐 아니라 한국은행과 국내외 경제연구기관들도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치가 4%에 육박하거나 4%를 넘을 수 있다고 밝혀 정부만 외톨이 신세가 됐다.

한국은행은 지난 13일 올해 경제전망을 수정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9%로 제시했다. 기존 전망치(3.5%)보다 높을 뿐 아니라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치(3±1%) 상단에 근접하는 수치다. 한은으로선 물가안정 목표를 지키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외 경제연구기관들도 올해 물가 전망을 속속 올리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중동사태의 향후 전개 과정과 경제적 파장' 보고서에서 국제 유가 상승으로 올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4%를 넘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연구소는 올해 국제 유가(두바이유 기준) 평균을 배럴당 82달러에서 105달러 수준으로 높였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를 때마다 국내 물가 상승률은 0.4%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LG경제연구원은 물가 전망을 3.1%에서 3.8%로 높였고 아시아개발은행(ADB)은 3.0%에서 3.5%로 올려잡았다.

정부도 뒤늦게 거시경제 지표를 수정하는 작업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연초 계획을 짤 때보다 국제 유가가 오르는 등 예측하지 못한 변수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5% 성장,3% 물가' 목표를 '4% 중반 성장,3%대 후반 물가'로 수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거시지표 수정을 언제 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재정부 관계자는 "1분기 성장률 등의 지표가 이달 말 나올 예정인데,결과를 보고 목표치를 수정할지 말지,한다면 언제 할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제 유가가 쉽사리 꺾일 조짐이 없는데다 물가 상승세가 가파르다는 점 때문에 정부로선 수정치를 섣불리 제시하는 것도 부담이다. 올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1월 4.1%,2월 4.5%,3월 4.7%로 계속 뛰고 있다. 3월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7.3%로 2년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생산자물가 상승은 2~3개월 후 소비자물가에 전가되기 때문에 당분간 물가는 안심하기 힘들다. 신석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원자재값이 오르면서 제품 가격은 물론 임금 인상 압박이 높아지는 등 공급 측면에서 비롯된 물가 상승 압력이 수요 측면으로 번지고 있다"며 "KDI 내부에선 올해 물가 상승률이 4%를 넘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