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기업 엠텍비젼이 '슈퍼개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한 개인 큰손 투자자가 지분 매집 사실을 알린 이후 주가가 연일 급등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엠텍비젼은 대규모 유상증자를 진행 중이어서 주가 상승이 어느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슈퍼개미 지분 신고로 이틀간 23% 상승

15일 오전 11시 현재 엠텍비젼은 가격제한폭(14.85%)까지 오른 348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7.83% 급등한데 이어 이틀째 강세다.

엠텍비젼 주가 상승의 배경에는 '슈퍼개미'의 지분 취득이 있다. 하림상사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순건 씨는 전일 엠텍비젼 지분 8.83%(131만8504주)를 보유 중이라고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 김 씨는 가족과 함께 2008년부터 엠텍비젼 주식을 사모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2008년 원양어업 기업인 사조산업 주식을 주당 2만8000원 내외에 집중적으로 매집해 31만9054주(6.38%)를 확보 중인 큰손 투자자다. 사조산업의 현 주가가 5만7000원선인 것을 감안하면 지분가치가 180억원을 웃돈다.

김 씨는 엠텍비젼의 주가가 "회사 가치에 비해 터무니 없이 빠졌다"고 판단, 최근 지분을 많이 늘렸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자금조달 가능성 커져

주가 상승은 엠텍비젼에 더 없이 호재다. 주가가 오른 것 자체도 좋지만, 대규모 자금조달 가능성이 높아진 게 더 큰 호재다.

엠텍비젼은 현재 신주 1200만주를 발행하는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현재 진행 중이다. 기존 주식수(1492만5855주)의 약 80%에 달하는 신주가 대거 발행될 예정이다. 예정발행가액인 주당 2320원을 기준으로 하면 278억원 규모다.

주가가 오르면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유상증자의 발행가는 일정 기간을 정해 놓고 평균 주가를 구한 뒤 이를 다소 할인해 확정하는데, 기준이 되는 평균 주가가 상승하면 발행가가 높아진다. 따라서 청약일 전까지 주가 흐름이 좋으면 발행가가 상승하고 자금조달 규모 또한 커질 수 있다.

주가 상승은 발행가만 높아지는 게 아니라 투자자들의 주의도 환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엠텍비젼 주가는 올해 내내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 1월 고점인 8900원과 견주면 3달 만에 60% 넘게 주가가 밀렸다.

기존 주주나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회사 내용이 좋다고 판단해도 증자 참여가 망설여 질 수 있는 부분이다. 더구나 주가 하락의 이유가 지난해 발생한 대규모 손실 때문이었으니 리스크는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슈퍼개미가 지분을 매집하고 주가가 오르면서 리스크보다는 성장성이 더 부각되기 시작했다. 대량 지분 취득 신고를 한 김 씨는 "R&D(연구ㆍ개발) 투자가 많아 당장은 실적이 안 좋지만,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개발이 하반기 가시화 되면 실적은 금세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엠텍비젼은 휴대폰에 들어가는 모바일 멀티미디어 플랫폼(MMP), 카메라 시그널 프로세서(CSP) 등에 강점이 있다. 하지만 MMP의 경우 기능이 비교적 적은 피처폰에 주로 적용돼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판매가 급감했다. CSP는 스마트폰에도 들어가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 수준에 불과하다.

엠텍비젼은 돌파구를 AP에서 찾고 있다. AP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한다. 최근 삼성전자나 애플 등 휴대폰 제조업체는 물론 TI, 퀄컴 등 반도체 분야의 강자들이 속속 AP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엠텍비젼은 오는 3분기부터 국내 휴대폰 기업에 자체 AP를 납품한다는 계획이다.

엠텍비젼 관계자는 "AP 개발은 마무리 단계이며 현재 몇몇 휴대폰 회사와 납품 계약을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