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 중고차의 인기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 독일차에 밀려 신차 판매가 저조한데다 일본 대지진 여파까지 겹친 때문으로 분석된다.

15일 중고차업계에 따르면 최근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산 중고차 거래량이 크게 줄었다. 특히 가격은 평상시 보다 하락폭에서 최대 4배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4일 찾은 서울 양재동 수입중고차 매매단지인 오토갤러리 전시장에는 렉서스 등 일부 인기 브랜드를 제외하고 닛산과 혼다 등은 중고차 매물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요즘 신차 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되고 있는 독일산 중고차의 매물이 넘쳐나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오토갤러리 관계자는 "최근 중고차 구매자들은 일본차에 비해 BMW나 아우디 같은 독일차를 즐겨 찾고 있다"며 "딜러점마다 고객들이 주로 찾는 모델은 많은 반면에 렉서스 외에는 일본차 물량이 많지 않다"고 언급했다.


일본산 중고차의 가격도 하락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입중고차의 경우 한 달이 지나면 중고차 시세는 평균 100만원가량 가격 인하가 적용된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그러나 실제로 일본 대지진 이후 평상 시보다 일본산 중고차 가격의 하락 폭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SK엔카에 따르면 4월 중고차 시세는 지난 2월 대비 일부 모델은 가격 하락 폭이 컸다. 다만 중고차 시장에 품귀현상을 보이는 모델의 경우는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닛산의 고급차 브랜드인 인피니티의 2010년식 G37 쿠페는 최대 800만원까지 값이 떨어졌다. 또 인피니티 G37세단과 혼다의 시빅 2.0은 400만원씩, 렉서스 ES350 및 혼다 올뉴 어코드는 각각 300만원씩 시세가 하락했다. 하지만 도요타의 캠리와 프리우스, 닛산 알티마 등은 가격 인하 폭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SK엔카 관계자는 "일본 대지진 이후 중고 일본차를 구매하길 원했던 소비자들 사이에 차량에 대한 문제가 없는지 문의하는 횟수는 다소 늘었다"며 "최근 인기가 주춤한 모델의 가격이 크게 떨어졌을 뿐 일본차 전체의 시세 하락에는 아직까진 큰 영향을 끼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수입중고차 업체들은 일본 지진 여파가 전반적인 중고차 시세나 실제 거래량에는 그 영향이 미미하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일본차 회사들의 생산 차질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신차 공급 문제에 따른 중고차 매물 부족 현상이 나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오토갤러리 내 매매상사 관계자는 "신차 시장에 비한다면 중고차 시장은 지진 피해가 거의 없다고 봐야 된다"며 "앞으로 중고차 매물이 부족하면 오히려 값이 올라갈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