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이 최근 개항 이래 월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부가가치가 일반 컨테이너화물보다 2.5배 정도 높은 환적화물이 40%대 이상을 유지하면서 부산 경제에도 큰 보탬이 된다. 황성구 부산항만공사 부사장은 "국제경기가 회복될 조짐을 보임에 따라 이동 물동량이 늘고 있는 데다 부산항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환적화물 처리량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목표한 컨테이너 1500만개TEU(TEU · 6m짜리 컨테이너 1개)를 넘어 1550만개까지 가능할 것 같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14일 경남 창원시 안골동 부산신항의 한진해운 신항만부두.빨간색 대형 안벽크레인이 이스라엘 국적의 컨테이너 선박 '아오 파올로'에서 1481개의 화물을 내리고 있었다. 부근에서 대기 중이던 수송트럭들은 야적장으로 달려가 노란색의 무인 야드크레인에 컨테이너를 전달했다. 야드크레인은 자동으로 야적장 빈 곳에 컨테이너를 내려놨다. 야적장에는 벌써 컨테이너가 4~5단씩 빼곡히 쌓여 있었다.

같은 시간 부두 톨게이트에는 수출입 컨테이너를 실은 트럭들이 줄을 이어 부두를 오가고 있었다. 강광용 한진해운 신항만부두 마케팅 대리는 "최근 들어 미주쪽 물동량과 러시아를 오가는 선박이 늘면서 올 들어 3월까지 44만1000개의 컨테이너를 처리했다"며 "지난해(27만7000개)보다 6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이 중 절반 정도가 부가가치가 높은 환적 화물"이라고 설명했다.

올 들어 지난 3월까지 부산항에서 처리된 컨테이너는 372만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327만개)보다 14% 증가했다. 지난 3월 처리량은 140만1000개를 기록해 역대 월간 최고치였던 지난해 5월의 126만4000개를 훌쩍 넘어섰다. 지난해 3월과 비교해서도 17% 늘어났다. 부가가치가 높은 환적화물 처리량도 늘고 있다. 올 들어 3월까지 161만6000개를 처리,지난해 같은 기간(148만개)보다 9%나 늘었다. 환적화물의 처리량은 전체 처리물동량의 43%를 차지했다.

박호철 부산항만공사 마케팅팀장은 "환적 컨테이너화물 1개를 처리하면 하역료와 셔틀비용,검수비용 등 12만원 정도 부산항에 떨어지는데 일반 컨테이너화물보다 2.5배 높다"고 말했다.

부산항의 처리물량이 늘면서 선박급유업체,선박수리업체,선박물품 공급 업체 등 관련 업체들도 덩달아 특수를 누리고 있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항만부대업체의 수입은 물동량 증가만큼 늘어난다"며 "그동안 북항과 신항의 과당경쟁으로 인해 각종 요금들이 낮아져 수입성이 별로 없었으나 올 들어 물동량이 늘면서 수입도 증가해 안정을 찾아간다"고 말했다.

부산항의 물동량이 증가한 이유는 뭘까. 선사들과 항만 관련 단체들이 북중국 화물의 부산항 환적 거점화를 위해 29개사 선사별 타깃마케팅을 펼쳐 물동량이 32% 늘어난 데다,일본 서해안 화주를 대상으로 실시한 마케팅 강화 전략도 효과를 거두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북중국 항만의 기상악화로 항만이 폐쇄되는 경우가 잦아 부산항의 안전성이 부각된 점도 외국 대형선사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이유라고 부산항만공사 측은 분석했다. 남기찬 해양대 물류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위치적으로 중국과 일본보다 좋은 해양교통로를 확보하고 있는 점을 알리고,환적 물동량을 대량 흡수할 수 있도록 정부가 세금감면 등 각종 지원책을 마련하면 부산항이 동북아 물류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