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제품위탁생산(EMS)업체인 폭스콘의 중국 선전공장에 비상이 걸렸다.

애플 아이폰을 조립 생산하는 폭스콘 공장 관계자는 일본 경제주간지 다이아몬드 최근호와의 인터뷰에서 "아이폰4의 핵심 부품인 글라스와 반도체패키지 터치스크린 등이 지난달 대지진 발생 이후 일본으로부터 들어오고 있지 않다"며 "재고가 있지만 수입이 계속 늦어질 경우 아이폰 생산에 차질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일본 도호쿠(東北) 대지진 한 달은 글로벌산업의 서플라이체인(공급사슬)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3 · 11 대지진으로 인한 일본 공장의 조업 중단으로 전 세계 산업에 일본발 '핵심 부품 쓰나미'가 가시화되고 있다(다이아몬드)는 분석도 같은 맥락이다. 글로벌 소싱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온 애플 아이폰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아이폰에 탑재되는 부품 중 34%는 일본이 생산한다. 이런 가운데 도호쿠 일대에 포진해 있던 아이폰4의 핵심 부품공장 10곳이 강진과 쓰나미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대부분의 공장 조업이 중단됐다.

문제는 일본산 부품을 쉽게 대체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당장은 재고로 버틸 수 있지만 부품공급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아이폰4 생산 중단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수 유리제조업체 아사히글라스는 아이폰용 글라스를 독점 생산하고 있으나,이번 지진으로 가동이 멈춘 상태다. 또 전자부품업체 미쓰비시가스케미컬(MGC)은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의 회로기판 칩 고착제로 쓰이는 BT(bismaleimide triazine) 수지를 만들지만 아직까지 생산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의 BT 수지는 전 세계 생산의 90%를 차지한다. 아이폰4에 들어가는 고기능 전해강박은 일본의 미쓰이금속공업이 세계 생산의 90%를 차지하는데 제한송전에 따른 생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아이폰4용 반도체패키지 재료는 전 세계 생산의 90%를 미쓰비시가스화학과 히타치화성공업 등 2개 일본 기업이 책임지고 있다.

일본 정부가 자국 내 반도체 생산 차질만으로도 올해 전 세계 산업피해 규모가 40조엔을 넘을 것으로 전망한 것도 세계 산업의 공급사슬에서 차지하는 일본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 업계의 생산 차질이 오는 5월까지 이어지면 전 세계의 산업 피해가 40조4000억엔(4700억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아이폰4에 들어가는 반도체용 실리콘웨이퍼를 공급하는 신에쓰화학도 생산차질을 빚으면서 아이폰뿐 아니라 해외 다른 전자제품에도 큰 피해를 입힐 것으로 우려된다. 세계 최대 마이크로컨트롤러 제조업체인 르네사스전자의 이바라키현 공장도 이번 대지진으로 타격을 받았다.

더욱이 올여름 전력 소비가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여 일본발 부품 수급 차질은 장기화될 조짐도 보인다. 최근 일본 경제산업성은 도쿄전력 관할 지역의 여름철 전력수요는 최대 6000만㎾로 예상되지만 도쿄전력의 공급능력은 4500만㎾여서 25%인 1500만㎾가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일본 공장의 조업 재개가 이뤄지더라도 대지진 이전의 가동률을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