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다. 경제주체들의 판단이나 인식이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기업과 소비자가 미래를 낙관하면 생산과 소비가 활발해져 호황이 나타나고 비관적인 인식이 확산되면 생산과 소비가 위축돼 불황이 올 수 있다.

심리가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경기에 대한 판단과 전망을 나타내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와 소비자심리지수(CSI)는 선행지수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심리지표와 실제 경기동향은 큰 차이를 보일 때가 많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제조업 업황 BSI는 지난해 1년간 4~7월을 제외하고는 기준치 100을 밑돌았다. BSI는 100을 넘으면 업황이 좋다고 응답한 기업이 나쁘다고 답한 기업보다 많다는 의미이고,100 미만이면 그 반대를 뜻한다. 지난해 BSI가 대체로 100 미만이었다는 것은 경영 상황을 비관적으로 본 기업이 많았다는 의미다. 그러나 통계청이 조사한 제조업 생산은 지난해 9월을 제외하고는 매달 전년 동월 대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BSI는 1월 90,2월 88,3월 93으로 기준치 100에 못 미쳤다. 하지만 제조업 생산은 전년 동월과 비교해 1월 13.8%,2월 9.3%의 증가세를 이어갔다. CSI 역시 실물지표와 차이가 있다. 현재생활형편 CSI는 지난해 1년 내내 100 미만이었지만 소매판매액은 매달 증가세를 유지했다.

심리지표와 실물지표의 차이는 조사방법 차이에서 비롯된다. 실물지표는 생산과 소비가 과거에 비해 얼마나 늘고 줄었는지를 정확히 계산해 보여 준다. 반면 심리지표는 응답자가 '좋아졌다','비슷하다','나빠졌다' 등 세 가지 중 하나를 고르도록 해 증감의 폭이 반영되지 않는다. 심리지표는 기업 규모의 차이를 감안하지 않고 모든 기업의 응답에 같은 가중치를 부여한다.

기업들의 부정적인 응답 태도도 BSI가 낮게 나오는 원인으로 분석된다. 기업들은 위기의식을 갖는 경향이 있어 업황이 좋아지더라도 비관적인 태도를 유지한다. 반대로 CSI에서는 현재보다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는 경향이 나타난다. 미래가 현재보다 나아지기를 바라는 가계의 기대심리가 반영되기 때문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