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노이주에서 15시간 이상 운전해서 왔죠.친구와 함께 휴가를 내 7년 만에 두 번째로 마스터스에 왔는데 가슴이 벅찹니다. 오늘 기념품을 350달러(38만5000원)어치 샀어요. 남들도 비슷하군요. "

마스터스대회가 열리는 미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골프 마니아 제프 렘컬(44)은 대회장 입구 쪽에 있는 기념품 판매점에서 선물을 고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는 "노란색의 미국 지도를 그려놓고 조지아주 오거스타 위치에 빨간 깃발을 꽂은 마스터스 로고는 언제 봐도 사고 싶게 만든다"고 말했다.

◆상업적인 정보는 절대 미공개

마스터스 기간에 오거스타를 방문하는 사람은 30만명에 이른다. 가장 붐비는 곳은 기념품 판매장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북적거린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골프 모자 가격은 24달러，티셔츠는 한 장에 100달러다.

주최 측에 기념품 판매 수입을 문의했으나 "관련 자료와 숫자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답만 돌아왔다. 이들은 추정치조차 발설하지 않았다.

왜 그럴까. 오거스타는 마스터스의 전통과 권위에 돈을 결부시키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그래서 입장권과 기념품 판매량，갤러리의 면면，후원사 존재 여부 등은 절대로 밝히지 않는다.

이곳에서는 기업의 로고를 발견할 수 없다. 프로 스포츠가 기업의 후원 없이 이뤄진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마스터스는 예외다.

대회 이름 앞에 기업명이나 제품 이름을 허용하면 매년 수천억원의 '타이틀 스폰서 비용'을 챙길 수 있으나 75년 동안 한 차례도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광고 입간판이나 VIP용 텐트 하나 없다. 프로골프대회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프로암마저 없다. AT&T，IBM 등 선택받은 극소수 기업만 코스 밖에서 제한적으로 로고를 내걸 수 있을 뿐이다.

입장권 판매도 없다. 입장권은 이미 정해진 사람들에게만 돌아간다. 마스터스 관람객은 갤러리가 아니라 패트론(patron · 후원자)으로 불린다. 패트론이 아닌 사람이 마스터스 입장권을 구입하려면 암표상을 찾을 수밖에 없다. 암표 가격은 4000~5000달러 선.대회가 임박해서는 1만달러까지 치솟기도 한다.

세계 주요 기업 홍보담당자들은 골프를 좋아하는 고객의 접대와 마케팅에 '마스터스 입장권'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다고 보고 이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발만 동동 구르기 일쑤다.


◆TV 중계권료 테니스대회 10분의 1

TV 중계권료를 높이기 위한 협상도 없다. 마스터스의 중계권료는 겨우 300만달러.해외 판매분까지 합쳐봐야 1000만달러 수준이다.

장기 계약도 안 한다. 1년 단위로 계약하는데 거의 CBS에 준다. 테니스대회인 US오픈이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 계약에 1억4500만달러를 받는 것과 비교하면 거의 '껌값' 수준이다. 마스터스는 마음만 먹으면 최소한 연간 1억달러 이상 챙길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마스터스의 경우 1~2라운드는 스포츠 전문 케이블채널인 ESPN，3~4라운드는 CBS가 생중계한다. 가장 시청률이 높은 3，4라운드에 광고하는 기업도 3곳에 불과하다. 4시간 이상 중계하는 동안 AT&T와 IBM，엑슨모빌만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광고 시간도 1시간에 4분,하루에 총 16분 이하다.

◆'3무(無) 마케팅'의 천문학적 가치

마스터스는 돈 대신 명예를 택했다. 돈에 연연하지 않지만 기념품 판매와 중계권료,입장권 판매 수입 등으로 매년 5550만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린다. 여기에서 750만달러의 상금을 나눠 주고도 엄청난 수익으로 남긴다.

해당 지역에 미치는 경제유발 효과는 더 크다. BBC는 최근 마스터스 개최 덕분에 조지아주에 6만개의 일자리와 50억달러 이상의 수입이 창출된다고 보도했다.

타이틀 스폰서，입장권 판매,TV 중계권료 협상이 없는 마스터스의 '3무(無) 마케팅'은 눈앞에 보이는 수억달러의 '황금알'을 포기하면서도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마스터스만의 이미지를 구축하면서 천문학적인 경제적 이득을 만들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