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포기했다. 화력발전소를 풀가동하면서 2008~2012년 연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6% 줄이도록 한 교토의정서 목표 달성이 어렵게 됐다. 게다가 포스트 교토를 겨냥해 내놓았던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25% 삭감'도 수정해야 할 처지다. 일본이 국제 온실가스 문제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온실가스와 관련한 국제 논의구조에는 중대한 변화가 일단 일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 교토의정서 자체가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도 크고 포스트 교토 추진력도 급속히 떨어지게 된다.

일본의 궤도 이탈로 당장 또 하나의 축인 유럽연합도 흔들릴 수밖에 없게 됐다. 그렇지 않아도 유럽 기업들이 EU 집행위의 무리한 온실가스 삭감 목표에 강하게 반발해왔던 상황이다. 미국은 물론 중국 인도 등 온실가스 감축에 소극적인 신흥국들을 감안하면 국제사회도 새 기준을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벌써부터 기존 교토의정서의 연장 등 다양한 대안들이 거론되기 시작한 것도 이를 잘 말해준다.

문제는 2015년 배출권 거래시장까지 창설한다는 목표를 확정해 놓고 있는 한국의 입장이다. 그러나 기업에 적지않은 부담을 주면서까지 억지로 밀어붙일 일은 아니다. 우선 주력 산업의 경쟁력만 크게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2020년까지 BAU(발생량 전망치) 대비 30%의 온실가스를 감축한다는 중장기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이는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없는 개도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정부가 G20 서울정상회의 등을 의식해 기후변화에 선대응한다는 차원에서 2009년 무리하게 결정한 것이고 보면 차제에 제도개선이 시급하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산업계의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 특히 배출권거래제 도입은 서둘러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이 제도를 처음 도입했던 유럽에서조차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일본은 아예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무기 연기했다. 국제동향을 봐가면서 천천히 결정해도 결코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