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전 · 월세 상한제가 실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과거 민주당이 주장하더니 한나라당 특위에서도 이 제도를 실시하자고 가세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재화에서 상한제와 같은 가격통제는 실효성이 없고 부작용만 크다는 것이 상식이다.

주택의 경우 임대료 상한제를 도입한 나라가 더러 있지만 단기 효과를 노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상한제가 실시되면 장기적으로는 가격이 맞지 않아 임대인이 전 · 월세라는 상품을 시장에 공급하지 않을 것이 뻔하다. 그렇게 되면 주택도 일반 재화와 마찬가지로 공급부족으로 가격이 상승하게 되리라는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미국 뉴욕시에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임대료를 통제하자 새로 세를 놓는 집주인이 크게 줄었다. 값싼 서민용 주택의 경우 유지보수를 회피하기 위해 집주인이 임대차를 포기한 사례가 많았다. 결국 뉴욕시에서는 1979년 이후부터 새로 공급되는 임대주택에 대해 상한제 예외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는 아예 상한제를 전면적으로 철폐했다.

그 결과 임대주택이 새로 많이 늘어났다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다. 미국 학계에서는 경제학자들(그들의 성향이 우파든 좌파든) 간에 임대료 통제는 나쁘다는 인식이 거의 교과서의 진리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전 · 월세 계약을 갱신할 때 5% 이상 인상하는 것을 금하고,만약 임차인이 법령을 근거로 못 올려주겠다고 할 때 임대인이 다른 사람과 계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임차인에게 갱신청구권을 1회에 한해 인정해 주자는 것이다. 요컨대 1989년에 임대차 계약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했는데 이것을 사실상 4년으로 다시 연장하자는 것이다.

이번 전셋값 급등도 임대계약을 2년에 한번 몰아서 하기 때문에 상승폭이 커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4년 후에는 현재 급등세보다 2배 정도로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1989년 입법 당시 임대계약 기간 1년을 2년으로 연장한다고 하니까 2년치를 앞당겨 두 배로 올린다는 보도가 많았다. 그리고 임대계약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할 때와 달리 4년으로 한다는 것은 임대인으로서는 앞일을 예측하기 힘들어(계약기간이 8년이라고 상상하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임대를 꺼리게 하는 폐해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안은 토지거래 신고 · 허가제처럼 전 · 월세 가격통제를 신고지역과 허가지역으로 나눠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토지와 달리 주택의 전 · 월세 거래 건수는 수백배 수천배가 될 것인데,이를 추진하기 위한 행정인력 등 비용이 막대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그래서 이 방안은 과거에도 정부에서 추진하다가 사실상 중단한 적이 있다.

지금 시점이 전셋값에 대해 비상조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는 상황인지도 확실하지 않다. 부동산시장은 미분양 사태 속에서 전셋값이 급등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현재의 상황처럼 집값 상승을 전혀 기대하지 못하면 전세가가 매매가와 같아질 정도로 오르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것이다. 공식 통계자료를 보더라도 작년 9월부터 올 2월까지 6개월간 수도권에서 아파트 전셋값은 월세에 비해 2배 높게 상승한 것으로 나온다. 전셋값이 뛰는 큰 이유 하나는 전셋값을 은행에 예치해서 얻는 이자 수입이 월세보다 낮기 때문이다.

전셋값이 뛰면서 침체된 부동산시장에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매가 되살아나고 있다. 정부에서도 취득세 감면을 통해 부동산거래를 활성화하려고 하나 이마저도 당정간 이견으로 시행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금 시급한 것은 임대인에게 동기를 부여해 전 · 월세 시장에 물건이 나오도록 하는 일이지 이미 실패한 상한제를 도입할 일이 아니다.

이춘섭 < 건국대 부동산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