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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 Biz School] 스마트 워크 1년간 '지지부진'…공공부문이 앞장서 '촉매'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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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t’sMaster SmartWork (3) 정부의 역할은 어디까지?

    美 90년대 '텔레워크�' 시작…정책대신 민간 사례 참고
    日, 민간기업 도입 적극 지원…5년간 업무실험 등 기반 닦아
    韓, 정부 드라이브로 첫발…공기업 경영평가에 반영 등 실천 앞서고 도입 기업 도와야

    정부가 지난해 중반 야심차게 스마트워크 비전을 발표해놓고 1년이 가까워 오는 이 시점에도 눈에 띄는 진전이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부가 스마트워크에 대한 의지를 과연 갖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까지 일고 있다. 이런 종류의 큰 변화라면 정부가 건드릴 수도 없는 건 아닌가 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주5일 근무가 제도화하면서 사회 전체가 바뀐 전례를 볼 때,사회 변화에서 정부의 역할과 힘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스마트워크의 도입 주체가 될 기업들은 정부에 기대하는 게 많지 않아 보인다. 어떤 이는 정부가 방아쇠를 당기는 역할만 해주고 지원제도를 마련하는 데 신경쓰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잘라 말한다. 정부를 포함한 공공부문이 우선 앞장서 실천해보라고 주문하는 이들도 있다. 괜한 규제를 만들어 큰 변화를 망칠 것이 아니라,물이 흐르는 것을 보면서 막힌 물길을 터주는 노력을 하는 데 그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보자.


    #장애인 고용 확대로 출발한 미국

    미국판 스마트워크는 '텔레워크'다. 회사에 나오지 않고도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 기본 목표였다. 1990년대 중반 이 제도를 시작할 때 당초 목표는 장애인,상이군인,고령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라는 사회적 목적이 강했다. 이를 제도화하는 과정에서 대상자와 대상 기업을 확대,출퇴근 시간과 비용을 절약해 생산성을 높이고 △삶의 질 향상 △에너지 절약 △탄소배출 감축 등의 부수적인 혜택도 도모한 것이다.

    사회적 목적이 컸기에 장애인 등이 회사에 오지 않고도 일할 수 있는 텔레워크센터를 접근성이 용이하고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곳에 세웠다. 미국 노동부는 능력이 있는 장애인 인력풀을 별도로 관리하고 있을 정도다.

    미국의 경우는 정책적인 지원에 관심이 많다. 도입 15년이 지난 시점에서 텔레워크 촉진법(Telework Enhancement Act 2010)을 마련해 지난해 12월 통과시켰다. 주요 내용을 보면 부처별로 180일 안에 사무실 밖에서 근무하는 방안에 대한 정책을 마련하고,텔레워크가 가능한 직원들을 찾아 새로운 선택안이 생겼음을 통지해야 한다. 각 부처는 텔레워크 담당관을 임명,연내에 연방공무원 15만여명이 텔레워크에 참여토록 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법안을 통과시키며 "정부를 보다 효율적으로 만들고,자연재해 발생 시에 보다 안전하게 업무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회적인 안전장치로 스마트워크 체제를 갖췄다는 얘기다.

    민간에 관해서는 특별한 정책이 없다. 오히려 민간 사례를 참조하고 있다. 이 법안을 만들며 미국 정부는 "5년 동안 3000만달러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장기적인 절약으로 인해 초기 투자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IBM과 같은 민간 기업들이 직원들의 텔레워크를 허용해 매년 5600만달러를 절감한 사례에 주목한다"고 설명하고 있을 정도다.

    #민간 확산 지원하는 일본 정부

    일본 역시 텔레워크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일본에서 텔레워크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것은 정부가 2005년 저출산 대책,에너지 효율화 등을 목적으로 지원에 나서면서다. 이전에도 필요에 의해 텔레워크를 실시하는 회사들이 있었지만,이때부터 IT(정보기술)업계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여러가지 실험을 하면서 사회에 텔레워크가 확산될 수 있는 기반을 닦아왔다. 대표적인 것인 신클라이언트(Thin Client)로 불리는 시스템이다. 신클라이언트PC는 기본적인 메모리만 갖추고 서버와 네트워크로 운영되는 장치다. 하드디스크나 주변 장치가 없고 서버가 데이터를 일괄 관리하기 때문에 정보가 유출될 염려가 없다. 일본 정부는 체험단을 전국에서 공모해 일정 기간 이 시스템을 사용해 보게 하고,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도 시범 실시하고 있다. 이 밖에도 △콜센터 업무 텔레워크 적용 가능성 실험 △주택건설업체 공동이용형 텔레워크센터 실험 등을 실시하며 민간 기업들이 텔레워크 제도를 도입하는 데 필요한 여러가지 기초작업을 벌여왔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5년여가 지난 지금까지의 평가는 아직 본격 확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2009년을 기준으로 전체 텔레워커 비율은 15.3%이고,기업과 지방자치단체의 텔레워크 도입률은 각각 19.0%,0.9%에 그치고 있다. 특히 집에서 일하는 재택 텔레워커는 5.2%인 327만여명,기업의 텔레워크 도입률도 7.1%로 지극히 낮은 수준이라는 게 일본 정부의 평가다. 일본은 지난해 새로운 정보통신기술전략을 마련하고 2015년까지 재택형 텔레워커를 700만명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새로운 시동을 걸었다.

    #야심찬 우리 계획,왜 안되나

    미국과 일본이 사용한 텔레워크라는 개념에 비해 정부가 새로운 근무형태 제도로 명명한 스마트워크는 차원을 달리하는 좋은 작명이다. 단순히 본사와 떨어져서(tele) 일하는 것이 아니라 훨씬 더 가치있고 영리하게(smart) 일하는 형태라는 의미가 강해서다. 문제는 민간에서 일어나는 변화나 수요를 보고 정부가 그것을 촉진하기 위해서 시작된 미국이나 일본 정부의 경험과는 좀 다른 방향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스마트워크는 정부의 드라이브로 시작됐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무형태를 근본적으로 바꿔야겠다는 절박감이 있었다. 거기에 세계적인 경쟁력을 자랑하는 IT와 모바일 기술을 활용하면 산업적으로도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다. 한마디로 '스마트워크 혁명을 대한민국이 선도하겠다'는 야심이 있었다.

    5년도 안 되는 기간에 전 근로자의 30%를 스마트워크 체제에서 일하도록 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한 것도,곧바로 첨단 디자인을 갖춘 스마트워크센터를 개소하며 2015년까지 전국에 500개의 센터를 개설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도 '강력한 정부 드라이브'가 있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야심찬 계획이 전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문제는 많지만 일단 추진체계가 일원화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전체적으로는 대통령 직속기구인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가 주도권을 잡고 있긴 하지만,실행조직이 없는 관계로 결국 일은 정부의 업무를 관장하는 행정안정부와 IT기술을 담당하는 방송통신위원회가 한 지붕 두 가족의 형태로 맡고 있다. 경쟁과 눈치보기가 동시에 이뤄지는 구조일 수밖에 없어 제대로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스마트워크포럼이라는 이름으로 만든 민간위원회도 양 부처 산하기관이 복수 사무국을 맡아 출범하면서 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두 부처가 생각하는 스마트워크의 개념이 달라 도대체 무엇을 열심히 하자는 것인지 알기도 어렵다.

    그 모든 것이 어쩌면 정부가 큰 그림부터 상세도까지 다 그려주려고 하는 데 문제가 있는지도 모른다. 사회의 변화는 정부의 감당 범위를 이미 넘어서고 있다. 오히려 정부가 큰 그림을 포기하고 이 트렌드를 실천하는 기업이나 각종 조직들이 가려워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공기업 경영평가에 반영해야

    결정적으로는 공공부문이 앞장서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물론 정부의 간섭을 받는 공공기관 공기업 등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데 민간이 움직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기업은 환경 적응업"이라며 "좋으면 하지 말래도 하고,별 혜택이 없으면 하라고 해도 안하는 것이 기업의 생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공부문이 꿈쩍도 않는데 좋은 제도라고 해서 무조건 실시하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변화에 관해서는 정부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 스마트워크가 정말 필요하고 혜택도 큰 것이라면 정부 부처,정부투자기관,공기업들이 앞다퉈 실천에 나서야 옳다. 공기업들이 먼저 공간을 줄이고 원격지에서 근무하고,재택근무를 도입하는 모범이 없이는 기업들이 따라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공기업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게 기관장 및 기관 경영 평가"라며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평가에 전혀 영향이 없는데 신경쓸 이유도 여유도 없다"고 말했다. 공기업 경영평가는 기획재정부의 공공정책국에서 맡고 있는데 현재로도 평가항목이 너무 많아서 스마트워크 같은 '새 제도'를 반영할 명분이나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은 환경에 적응하며 최선의 선택을 하는 편이다. 아무리 스마트워크가 좋다고 해도 직원들의 '군기'를 엄정하게 잡는 조직이라면 억지로라도 모아놓고 일하는 방식을 택할 것이다. 그만큼 개별 기업의 선택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므로 정부의 역할은 스마트워크를 선택할 기업들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있다고 하겠다. 정부가 진정으로 스마트워크 확산을 원한다면 알아서 잘하는 기업에 혜택을 주는 것을 골자로 한 '스마트워크 촉진법'을 만들어 주는 수준에 그치면 될 것이다.

    규제자(regulator)가 아니라 촉진자(facilitator)로! 스마트워크라는 큰 변화에서 정부의 역할도 도전받고 있는 셈이다.

    권영설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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