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식목일인 5일 울산광역시 온산읍 바닷가에 자리잡은 무림P&P 울산공장.북쪽으로 울산신항이 보이는 이 공장 야적장에는 나무를 5㎝ 크기로 조각낸 목재칩들이 10여m 높이의 동산을 이루며 곳곳에 쌓여 있다. 이 목재칩은 펄프의 원료이자 공장을 돌리는 에너지원이다. 다음달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가는 제지공장은 펄프 제조공정에서 쓰고 남은 목재칩 부산물 '흑액'을 사용한다. 김경동 무림P&P 운전팀장은 "연간 50만t의 종이를 생산하려면 70만t가량의 스팀이 필요하다"며 "흑액으로 스팀을 만들어 연간 450억~50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충북 청원군 부용면에 위치한 한화L&C 제2공장은 발포폴리프로필렌(EPP)이라는 플라스틱 소재를 만든다. 최근 이 회사는 EPP를 만들 때 쓰이는 발포제를 부탄가스에서 이산화탄소로 바꿨다. EPP는 압력 용기 속에 원료와 발포제를 넣어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000t가량 줄인 것.한주택 한화L&C 소재생산팀 차장은 "에너지 사용량도 50% 가까이 줄었다"며 "전기와 액화천연가스(LNG) 사용량이 줄어 3억2000만원을 아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생산 현장에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 에너지를 절감하고 효율을 높일 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혁신적으로 줄이는 '녹색 공장'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기존에는 전력 사용량이나 난방비 등을 줄이는 수준의 소극적인 활동이었다면 최근에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각종 설비를 추가하고 공정을 바꾸는 등 적극적인 방식으로 녹색 공장을 꾸려가고 있다.

무림P&P가 2008년 국내 유일의 펄프공장인 동해펄프를 인수하면서 옆 부지에 제지공장을 설립한 것도 에너지 절감 효과를 노린 것이다. 흑액을 태워 만들어진 스팀을 종이 건조에도 쓰자는 아이디어였다. 이 회사의 박수환 기술기획팀장은 "목재칩에서 섬유소를 뽑아내 펄프를 만들면 세포를 단단히 결합시켜 주는 기능을 했던 리그닌 성분이 검은 액체(흑액)로 남는다"며 "벙커C유가 아닌 이 흑액을 연료로 태워 스팀과 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경동 운전팀장은 "울산공장은 탄소 제로(0) 공장"이라며 "자동차로 지구를 7만7000번 돌 수 있는 양의 휘발유를 공장 내에서 만들어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한화L&C는 2007년 전자소재를 만들 때 나오는 휘발성 가스를 모아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장치를 설치했다. 장치 안에 들어 있는 세라믹을 섭씨 800도까지 데우면 그 뒤에는 흡입된 가스가 들러붙으며 탄다.

울산 · 청원(충북)=심은지/정소람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