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식품시장만 본다면 고(高)성장을 이어가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무대를 전 세계 시장으로 넓히면 성장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이미 바이오 부문이 성과를 내기 시작했고,가공식품도 해외시장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창립 60주년인 2013년 목표로 잡은 매출 10조원(계열사 합계),영업이익 1조원 달성도 무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김홍창 CJ제일제당 사장(57 · 사진)은 새 성장동력을 바이오와 식품 신소재,지역적으로는 해외시장에서 찾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사장은 "세계 1위를 향해가고 있는 바이오 부문에서는 투자를 더욱 확대해 2년 뒤 선두 자리에 올라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식품 부문은 고급화와 세계화 전략으로 돌파하기로 했다. 국내에서는 고령화와 핵가족화 경향에 맞춘 건강 · 편의 식품을 대거 선보이고,해외에서는 기업 인수 · 합병(M&A)과 합작회사 설립을 통해 '한국풍 음식'의 판로를 뚫는다는 구상이다. 김 사장은 "연 매출 500억원 규모의 중국 식품업체를 조만간 인수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또 지난해 해외 계열사 매출을 합쳐 6조4000억원을 기록한 매출을 2013년 10조원으로 키우게 되면,해외 매출비중도 작년 33%에서 50% 선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식품시장은 이미 성숙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식품산업은 전형적인 내수산업인데 저출산,고령화,독신인구 증가 등의 영향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이를 돌파하려면 '맛있는 제품'은 기본이고,여기에 '건강'과 '편의'를 보태야 합니다. 젊은이들도 첨가물 없이 맛 좋고,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회사 직원들도 아침을 커피와 샌드위치로 많이 해결하는데,며칠 전 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냈어요. '시리얼과 샌드위치를 몰아내자.우리도 '한국풍 편의식품'을 만들자'고요. "(김 사장은 지난해 11월 취임 이후 틈만 나면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있다. )

▼해외시장에선 승부를 거실 건가요.


"그렇습니다. 바이오 부문은 이미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핵산과 라이신이 대표적입니다. 수년간의 투자를 통해 이미 회사의 캐시카우(현금 창출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쌀 단백질,코코넛쉘 자일로스,타가토스(혈당 조절용 설탕 대체제) 등 신소재 식품도 글로벌 공략의 첨병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식품 분야에서도 단순히 동포시장을 겨냥한 수출이 아니라,현지 '메인 스트림'(주류)을 본격 공략해 외국인들이 'CJ 코리안 푸드'를 먹도록 할 겁니다. "

▼바이오 부문은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해외 바이오사업 부문에서 사상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습니다. 의미 있는 실적입니다. 핵산은 2006년부터 세계 선두(점유율 32%)를 지키고 있습니다. 내년까지 미국 중국 동남아시아 등에 투자를 늘려 확고한 글로벌 1위로 점유율을 끌어올릴 겁니다. 라이신은 선두와 크지 않은 차이로 2,3위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데 생산능력을 2013년 연간 60만t으로 끌어올리면 점유율 30%로 역시 1위가 됩니다. 스레오닌,트립토판,메치오닌 등의 생산량도 늘려 사료용 아미노산의 '풀 라인업'을 갖출 계획이고요. 해외공장이 현재 중국 2개,인도네시아 2개,브라질 1개 등 다섯개가 있는데 6,7번째 공장 설립도 가시화 단계에 있습니다. "

▼정체산업으로 여겨졌던 식품소재 부문의 신소재 개발작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식품용 쌀 단백질은 작년 하반기부터 중국 하얼빈에서 본격 생산을 시작했고,글로벌 식품기업에 판매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자일로스는 원료가 있는 필리핀 현지에서 생산공장을 시운전 중이고 곧 생산에 들어갑니다. 타가토스는 오는 6월 국내에서 생산할 예정이고요. 먹으면 살이 빠지는 감미료 등 기존 설탕의 단점을 극복하는 신개념 감미료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시장 반응을 본 뒤 성인병 문제가 심각한 해외시장에 본격 진출할 계획입니다. "

▼장기 목표로 잡았던 '2013년 국내외 매출 10조원,영업이익 1조원'의 달성 가능성은 어떤가요.


"앞으로 2년이 남았는데 충분히 달성할 수 있습니다. 포트폴리오가 바이오 사료 등으로 다각화됐고,바이오 분야는 이미 세계 1위를 목표로 할 정도로 성장했어요. 핵산 라이신 등 주요 바이오 제품으로 세계 1위를 달성하고,이미 진출해 있는 중국시장은 물론 소비 수준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는 동남아시아 시장에 추가 거점을 확보할 경우 10조원 달성은 어렵지 않습니다. 가공식품 분야도 해외 진출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

▼향후 2년 안에 매출을 50% 넘게 늘리려면 M&A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CJ제일제당의 사업 포트폴리오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해외 식품기업을 적극적으로 인수하고,합작기업을 세워 매출 증대와 글로벌 공략을 동시에 꾀할 겁니다. 필요하면 미국의 큰 회사를 인수해 '메인 스트림'에 오를 수도 있습니다. 중국에서 연 매출 500억원 규모의 소스 전문회사를 인수할 예정인데,지금 막바지 단계입니다. 일본에서는 '한국풍 식품'을 현지에 판매하는 합작회사 한 곳을 설립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

▼국제 곡물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식품업체들이 원가압박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경영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은 어떤 게 있습니까.


"설탕과 밀가루는 원재료가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80%에 이릅니다. 물가 안정을 위해 제품가격을 최소한으로 올리고 버텨보려 노력하지만 어려움이 많습니다. 원료를 싸게 구매하는 방법을 찾으려고 머리를 굴려보는데 쉽지 않아요. 국제 곡물시장에도 헤지펀드가 대거 유입됐고,우리 공장은 이미 생산을 시작한 지 50년이 지나 생산공정 효율화를 위한 웬만한 방법은 다 썼기 때문에 한계점에 와 있습니다. 원당 공급업체와 장기계약을 맺어 수급안정을 꾀하고,장기적으로는 현지 플랜테이션 사업에 직 ·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

▼CJ제일제당의 강점 중 하나로 뛰어난 연구 · 개발(R&D) 능력이 꼽히고 있습니다.

"지금도 국내에서 동종업계 최고 수준으로 투자를 하고 있지만,더 늘릴 겁니다. 현재 미국과 중국에도 연구소 분소를 두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한국 고객만 상대했지만 이제는 국가별 R&D가 필요하기 때문이죠.지난해 R&D에 950억원을 투자했으며 올해에는 투자규모를 1200억원으로 늘릴 생각입니다. 지금은 R&D 투자비가 매출액 대비 2% 선이지만,2013년엔 3% 이상으로 높일 계획입니다. 이렇게 되면 아시아권 식품업체 중 최고 수준이 됩니다. "

▼중 · 장기 성장계획은 어떻게 짜고 있습니까.

"과감한 R&D 투자를 바탕으로 세계화에 박차를 가해 '세계 속의 식품 · 바이오 기업'으로 성장하는 겁니다. 2013년에 매출의 절반을 글로벌 시장에서 달성한 다음에는 해외 매출비중이 국내보다 훨씬 더 높아질 걸로 봅니다. 식품 기업에서도 삼성전자 같은 회사가 나오지 말라는 법 있습니까. "

임현우/김철수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