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뒤 희석된 채 유입.."반감기 긴 핵종 관찰 필요"

이웃나라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바다 방출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 연근해의 방사능 안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해류의 방향이나 속도 등을 고려할 때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준의 방사성 물질이 바다를 통해 유입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반감기가 긴 세슘 등 핵종의 경우 태평양을 돌아 수년 뒤 미량이라도 흘러들어올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日, 방사성 물질 오염수 해양 방출 시작 = 도쿄전력은 지난 4일 오후 7시께부터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의 '폐기물 집중처리시설'에 고여 있는 저농도 방사성 물질 오염수 1만t과 5, 6호기의 지하수 보관 시설에 있는 저농도 오염수 1천500t을 바다로 내보냈다.

이 물에 섞인 방사성 요오드-131의 농도는 1㎤당 6.3㏃(베크렐)로 법정 배출기준(1㎤당 0.04㏃)의 약 100배에 해당한다.

그러나 도쿄전력은 원전 주변의 어류와 해초 등을 매일 먹는다해도 1년간 성인이 받는 방사선량은 0.6m㏜(밀리시버트)로 연간 방사선량 기준치인 1m㏜를 밑돈다고 설명했다.

◇해양硏 단기 시뮬레이션 '직접 영향 없음' = 그러나 조류의 방향으로 미뤄 이 방사성 물질들이 단기간에 곧바로 우리나라 연안으로 흘러들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한국해양연구원은 북서태평양 해수의 움직임을 토대로 방사성 물질 입자의 이동 경로를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측한 바 있다.

지난달 16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방사성 물질이 바닷물에 흘러들었다고 가정하고 3개월여 뒤인 6월 27일까지 그 물질들이 바다에서 어떤 양상으로 퍼지는 추정해본 것이다.

그 결과 방사성 입자는 4월 한 달가량 후쿠시마 연안 지역에 머물다가, 오야시오 해류를 만나 남하한 뒤 다시 쿠로시오 해류를 따라 태평양 중심부로 흘러들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6월 말까지 지켜봐도 바닷물을 통해 한반도 주변 해역까지 방사성 입자가 확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후쿠시마 원전의 남쪽을 흐르는 쿠로시오 해류(난류)는 동쪽으로 흘러나가고, 후쿠시마 원전 북동쪽으로부터 남쪽을 향해 흐르는 오야시오 해류(한류) 역시 쿠로시오 해류와 만나 태평양 내부 또는 동쪽으로 흘러가게 된다.

◇ 수년간 태평양 돌며 확산, 희석 = 이렇게 태평양 쪽으로 흘러나간 해류가 한반도 연근해로 돌아오는 데는 수년의 시간이 걸린다.

전문가들은 바닷물이 태평양을 한 바퀴 도는 과정에서 희석, 확산되는 만큼 한반도에 연안에 도착할 때 쯤이면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더욱 옅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반감기가 긴 방사성 세슘(30년) 등의 경우 양은 적더라도 수년 뒤까지 남아 흘러들어올 가능성은 있는 만큼 추적과 관찰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재학 한국해양연구원 기후연안재해연구부장은 "지난주 토론회에서 발표한 내용대로 수년 뒤 한반도 연안에 돌아올 때쯤이면 방사성 물질 농도가 훨씬 더 낮아지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요오드 등 반감기가 짧은 물질은 신경쓰지 않아도 되지만, 세슘이나 플루토늄 등의 경우 몇 년 뒤까지 관찰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앞서 지난 1일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주최한 '방사능 공포, 오해와 진실' 토론회에서 이같은 방사성 물질의 해수 이동 경로에 대해 보다 자세히 설명한 바 있다.

그는 "우리나라 바다로 들어오는 해류는 동해와 연결된 동중국해뿐이나, 이 동중국해와 후쿠시마 앞바다가 연결되려면 태평양을 한 바퀴 순환해야만 가능하다"며 "해류는 빨라야 초속 1m, 평균 0.5m 속도로 매우 느린 만큼 (방사성 물질이) 태평양을 돌아 동중국해까지 오는 데는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많은 방사성 물질이 나오더라도 수년에 걸쳐 우리나라에 도달할 때는 안전할 만큼 상당히 희석돼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플루토늄의 경우 물보다 약 20배나 무거운 금속이어서 조류에 휩쓸려 장거리를 이동할 가능성이 매우 낮고 확산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 日 동해 어류 한반도 연안 이동 가능성도 낮아 = 그렇다면 일본 후쿠시마 부근 해역에서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물고기가 우리나라 연안으로 이동하는 경우, 즉 해양생물을 통한 오염 확산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전문가들은 유입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이 역시 매우 희박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관계자는 최근 국립수산과학원 자료를 인용, "일본 동쪽 바다와 우리나라 근해의 고등어와 갈치 등은 서로 다른 군(群)"이라며 "방사능 오염 우려가 있는 일본 동쪽 바다의 어류가 우리나라 근해에서 잡힐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밝힌 바 있다.

명태 역시 북한 동한만에서 산란한 뒤 동해에서만 이동하는 동해계 군과 후쿠시마현 근해의 태평양계 군, 홋카이도 동쪽 바다 등에 서식하는 오호츠크해 남부 군 및 근실해 군, 아오모리현과 아키타현 서쪽 바다에서 움직이는 일본해 북부계 군이 명확히 구분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오징어의 경우 미야자키현 동쪽에서 산란 후 북상, 홋카이도와 아오모리현 사이 바다를 통해 일본 서쪽 바다로 드물게 넘어오는 경우가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KINS는 국립수산과학원 등 유관 기관의 도움을 받아 동·서·남해 연안 20곳에서 해수 및 해양생물을 채취, 플루토늄을 비롯한 방사성 물질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결과는 10일께 나올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정윤덕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