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식목일이다. 우리가 산에 나무를 심기 위해서는 씨앗을 뿌리거나 작은 묘목을 심는다. 이 씨앗은 싹을 틔우고 이 싹과 작은 묘목들은 추위와 태풍을 견뎌 내면서 울창한 거목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산에 나무를 심듯이 우리는 사람의 마음에 씨앗을 뿌린다. 마음의 씨앗은 잘 발아해 싹을 키우면 그때부터 희망이라는 것이 생겨난다. 그때부터 삶의 방향을 갖고 그 방향을 향해 걸어가는 것이다.

몇 년 전 EBS(교육방송)의 '네발자전거'란 방송 프로에 출연한 적이 있다. 같이 출연한 시골의 초등학생이었던 연희의 꿈은 패션디자이너가 되는 것이었다. 그의 꿈을 키워 나가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는 설명과 이벤트 등을,멘토인 패션디자이너로서 같이 하루를 보내며 경험하게 하는 교육적인 방송이었다.

3월부터 대학에서 미래의 패션디자이너가 되겠다는 꿈을 간직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수업을 진행하면서 졸업작품 패션쇼를 준비하기 때문에 결과물이 중요하다. 그러나 디자이너는 생각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만든다는 것에 대한 행복감과 성취감에 좀 더 비중을 둔 강의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초등학생 연희처럼 어린 시절 꿈을 간직한 채 희망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다가가는 나의 제자들이 어떻게 하면 반듯하게 자라 태양의 빛을 받고 잘 생긴 거목으로 완성될 수 있는지,그들이 걸어가는 길목의 안내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내겐 씨앗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1979년 노벨상을 수상한 하버드대 물리학과 교수인 스티브 와인버그다. 가장 유명한 현대물리학자 중 한 사람으로,소립자를 연구하던 많은 물리학자들을 우주론이라는 분야로 뛰어들게 한 '최초의 3분'이란 책의 저자로 알고 있었다. 핵융합연구소 소장인 이경수 박사가 친척인 관계로 물리학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인물을 접하게 된다. 이 소장이 최근 들려준 일화는 흥미로웠다. 이 소장이 텍사스대 오스틴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시절,대학에서 와인버그 교수를 모셔와 강의를 개설했는데 예상과 달리 대학원생을 위한 강의가 아니라 법학,경제,경영,의학 학부생이 대상인 현대 물리학 강의였다고 한다. 대학원생을 위한 전문 강의는 다른 교수들이 해도 되고,자신은 동물원의 동물 보러 오듯 사람들이 보러 올 테니 앞으로 돈 많이 벌어서 물리학에 발전기금을 기부할 수 있는 학부생들에게,현대물리학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불러일으킬 강의를 이해하기 쉽게 하려 함이라 했단다.

물리학은 어렵고 본인들에게 관심 밖이었던 타 전공 학생들에게 재미있고 필요한 분야라는 인식의 씨앗을 심어준 강의는 대성공이었단다. 시간이 흘러 이 씨앗을 가슴에 심은 많은 성공한 졸업생들이 물리학분야에 기부를 했고,멀리 넓게 바라본 와인버그 교수 덕분에 텍사스대는 과학의 산실이 됐다고 한다. 뿌린 씨앗이 거목으로 자라난 것이다. 자,우리도 나무를 심자.

황재복 < 황재복웨딩 대표 zenia88@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