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오는 7일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 중에선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할 움직임을 보이자 이를 둘러싼 유럽 내 의견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은 "인플레이션 위협 등을 감안할 때 금리 인상이 늦은 감이 있다"는 입장인 반면,금리 인상으로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날 것을 우려한 'PIGS(포르투갈 아일랜드 ·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들은 "금리를 인상하면 자칫 유럽 경제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엇갈린 반향 일으킨 금리인상안

파이낸셜타임스는 3일 "ECB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금리 인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대지진 등의 여파로 글로벌 경기 회복이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유럽이 성급하게 출구전략을 택할 경우 유럽 경제가 다시 성장동력을 잃고 수렁에 빠져들 수 있다는 비판이 유럽 변방국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우선 ECB의 금리 인상으로 자금조달 비용이 크게 늘어나게 될 유럽 변방국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게오르게 파파콘스탄티누 그리스 재무장관은 "ECB가 유동성을 축소한다고 유럽 경제가 크게 좋아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금리를 올리더라도 점진적으로,소폭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제동을 걸었다.

게빈 데이비스 펄크럼애셋매니지먼트 회장은 "ECB가 금리를 올릴수록 유로존 재정위기 가능성도 커진다"고 지적했다.

민간기업과 경제학자들은 훨씬 직설적인 화법으로 금리인상안에 반대했다. 회계법인 언스트앤영은 보고서를 통해 "ECB가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이번 주 금리를 인상한다면 중대한 정책 실수가 될 것이며 경기 회복을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이터통신도 "글로벌 유가와 식품 가격 급등 문제는 근본적으로 ECB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에 기인한 것"이라며 "원자재 가격 강세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것은 정책오류"라고 거들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ECB가 긴축을 선택한다면 유로존 국가들이 강한 재무적 스트레스에 시달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시권에 진입한 유로존 금리 인상

7일 열리는 ECB 통화정책회의에선 2009년 5월 이후 22개월 연속 연 1%를 유지해온 기준금리를 1.25%로 올리는 것이 거의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특히 유로존 핵심국인 독일에선 금리 인상 요구가 높다. 독일 경제일간 한델스블라트는 ECB 정책자문을 맡고 있는 15인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도이체방크,코메르츠방크,핌코 유럽지사 등 독일 지역 3명의 위원이 금리 인상에 찬성했다고 보도했다. 외르크 크라머 코메르츠방크 이코노미스트는 "독일의 경우 이미 금리를 올려야 했다"며 "지금 금리를 올리지 않는다면 후일 금리를 올릴 때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유로존의 인플레 우려가 커지는 것도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인다. 지난달 유로존 물가상승률은 2.6%로 2008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4개월 연속 ECB의 물가 목표치인 2%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ECB가 변방국 재정위기 처리보다 본연의 임무인 물가 안정에 힘을 쏟을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위르겐 스타크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너무 낮은 금리가 너무 오래 유지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장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도 지난달 "인플레를 막기 위해 단호한 행동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며 금리 인상 분위기를 조성했다.

한편 그동안 ECB와 금리 관련 행보를 발맞춰왔던 영국 중앙은행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고물가) 위기에 처해 있는 관계로 당분간 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