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고혈압 신약 '카나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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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피린을 만든 사람은 독일 제약회사 바이엘의 화학자 펠릭스 호프만이다. 부친의 관절염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진통제 개발에 나선 게 계기가 됐다. 1897년 순수한 형태의 아세틸살리실산을 합성해냈고,2년 후 정식 약품으로 등록했다. 이후 바이엘은 30여개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신약 하나로 벌떡 일어선 셈이다.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의 혈중 콜레스테롤 강하제 리피토는 1990년대 후반 개발된 신약으로 한때 전 세계 7600여만명이 복용했다. 연 매출이 13조원에 달했다. 웬만한 대기업 매출액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신약 개발은 기업과 연구원 모두에게 필생의 꿈이다. 개발과정은 험난하다. 무수한 시행착오 끝에 약품을 만들어낸 후 동물실험을 거쳐 임상시험에 들어가야 한다. 절차는 까다롭고 윤리기준도 엄격하다. 국제신약허가규정(ICH)을 지키지 않으면 약효가 입증돼도 신약 승인을 받을 수 없다. 승인 후 상업화에 실패해 사장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성공 확률은 0.0001~0.0002%에 불과하다고 한다. 평균 개발기간이 10~15년이라는 조사도 있다. 자본과 기술이 부족한 국가들은 엄두도 못 내고 미국 스위스 영국 같은 제약 선진국의 독무대가 되는 이유다. 국산신약 1호는 1997년 허가받은 SK케미칼의 위암 치료제 선플라주다. 지금은 생산되지 않고 글로벌 신약으로 개발하기 위한 연구과정에 있다. 개발비 3000억원이 투입된 LG생명과학의 항균제 팩티브는 우여곡절 끝에 2003년 미 FDA 승인을 받아 글로벌 신약에 합류했다. 국내보다는 해외 매출이 많다.
가장 최근에 개발된 신약은 지난달 판매를 시작한 보령제약의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정이다. 12년의 연구 끝에 국산신약 15호로 이름을 올렸다. 60여 대학병원에서 2000여명이 참여한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데다 상대적으로 싼 가격이 장점이란다. 멕시코와 2260만달러 수출 협약을 맺는 등 해외 반응도 좋다고 한다.
110여년의 우리 제약 역사에서 신약은 15개에 불과하다. 그나마 매출 1000억원을 넘긴 제품은 없다. 이렇게 기반이 취약한데도 일부 제약회사는 끈질기게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포기하지 않으면 길은 열리게 마련이다. 제약도 전자,조선처럼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는 날이 오지 말란 법은 없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의 혈중 콜레스테롤 강하제 리피토는 1990년대 후반 개발된 신약으로 한때 전 세계 7600여만명이 복용했다. 연 매출이 13조원에 달했다. 웬만한 대기업 매출액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신약 개발은 기업과 연구원 모두에게 필생의 꿈이다. 개발과정은 험난하다. 무수한 시행착오 끝에 약품을 만들어낸 후 동물실험을 거쳐 임상시험에 들어가야 한다. 절차는 까다롭고 윤리기준도 엄격하다. 국제신약허가규정(ICH)을 지키지 않으면 약효가 입증돼도 신약 승인을 받을 수 없다. 승인 후 상업화에 실패해 사장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성공 확률은 0.0001~0.0002%에 불과하다고 한다. 평균 개발기간이 10~15년이라는 조사도 있다. 자본과 기술이 부족한 국가들은 엄두도 못 내고 미국 스위스 영국 같은 제약 선진국의 독무대가 되는 이유다. 국산신약 1호는 1997년 허가받은 SK케미칼의 위암 치료제 선플라주다. 지금은 생산되지 않고 글로벌 신약으로 개발하기 위한 연구과정에 있다. 개발비 3000억원이 투입된 LG생명과학의 항균제 팩티브는 우여곡절 끝에 2003년 미 FDA 승인을 받아 글로벌 신약에 합류했다. 국내보다는 해외 매출이 많다.
가장 최근에 개발된 신약은 지난달 판매를 시작한 보령제약의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정이다. 12년의 연구 끝에 국산신약 15호로 이름을 올렸다. 60여 대학병원에서 2000여명이 참여한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데다 상대적으로 싼 가격이 장점이란다. 멕시코와 2260만달러 수출 협약을 맺는 등 해외 반응도 좋다고 한다.
110여년의 우리 제약 역사에서 신약은 15개에 불과하다. 그나마 매출 1000억원을 넘긴 제품은 없다. 이렇게 기반이 취약한데도 일부 제약회사는 끈질기게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포기하지 않으면 길은 열리게 마련이다. 제약도 전자,조선처럼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는 날이 오지 말란 법은 없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