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1일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7%로 일각에서 우려했던 '5%'를 넘지 않았다. 이상기후와 구제역 여파로 치솟았던 농축수산물 가격이 한풀 꺾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지금부터가 더 문제라고 우려하고 있다. 가격이 급변동하는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지수(코어 인플레이션)가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하는 등 상승폭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전년 동월 대비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2.0%,올해 1월 2.6%,2월 3.1%,3월 3.3%로 오르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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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물가 상승은 공산품과 서비스 가격이 뛴다는 뜻이다.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 급등이 기업들의 원가상승 압박으로 이어지면서 물가불안 압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 증대와 가격 상승을 예상한 가수요가 가세하는 등 수요 쪽에서도 물가상승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석유류와 농산물 가격 급등이 지속됨에 따라 이와 직접 관련이 없는 요금들도 덩달아 올랐다. 전세는 3.7% 뛰어 2003년 9월(3.3%)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월세(2.1%)도 2002년 5월(2.2%)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 유가는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중동 · 아프리카 지역 정정불안에 따른 심리적 불안이 해소되지 않아 유가가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일본에서 지진 피해복구 작업이 본격화되면 원전을 대체할 에너지 수요가 많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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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 채소 과실류 등 신선식품이 전월 대비 0.6% 하락한 것은 물가안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9.0% 올라 여전히 높긴 하지만 작년 7월 이후 처음으로 10%대로 상승률이 둔화됐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수석연구위원은 "향후 물가는 국제 원자재 가격과 상승 압력이 큰 개인서비스 요금이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며 "농축수산물이 안정 기미를 보인다고 안심할 상황이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