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신용카드사들의 외형확대 경쟁에 제동을 걸었다. 과당 대출 경쟁을 막기 위해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을 대폭 올렸고 카드를 여러 장 가진 사람에 대한 카드사 간 정보공유를 확대해 '돌려막기'를 막기로 했다. 카드사 간 경쟁이 '가계빚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이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30일 이 같은 내용의 '신용카드 시장 건전성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카드사의 카드론 리볼빙 등 지나친 대출 경쟁을 막기 위해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을 높이기로 했다.

카드사들은 대출을 늘린 만큼 충당금 적립 부담이 커지게 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론 실적은 24조9000억원으로 2005년(8조원) 이후 5년 만에 3배 넘게 커졌다. 카드대출은 정상 여신 2.5%,요주의 여신 50%,고정 여신 65%,회수의문 75%의 적립률이 적용된다. 이는 종전의 정상 1.5%,요주의 15%,고정 20%,회수의문 60% 등에 비해 대폭 높아진 비율이다.

카드사 간 정보 공유도 기존 '3장 이상 소지자'에서 '2장 이상 소지자'로 확대된다. 2장의 신용카드를 갖고 있는 이용자도 한 카드의 빚으로 다른 카드의 빚을 갚는 '카드 빚 돌려막기'가 어려워진다.

정보 공유 대상도 기존의 인적사항,사용실적,이용한도에다 리볼빙 이용잔액이 추가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낮은 9~10등급이 지난해 리볼빙 이용잔액의 36.4%를 차지했다"며 "리볼빙은 잠재적인 부실 우려가 커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감독당국은 최근 카드사 간 과당경품 제공,길거리 모집 등 불법 모집행위가 많다고 판단해 이에 대한 현장점검도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전체 카드 모집인은 약 5만명으로 1년 새 1만5000명(42.6%) 증가했다.

한편 체크카드의 가맹점 수수료율은 31일까지 모든 카드사가 인하한다고 금융당국은 발표했다. 중소가맹점은 2.0~2.1%에서 1.0%로 수수료율이 크게 낮아지고, 일반가맹점도 2.0~2.1%(은행계)와 2.2~2.5%(전업계)인 수수료율이 각각 1.5%와 1.7%로 낮아진다.

금융당국은 체크카드 수수료 인하에 따라 가맹점들이 2600억원(약 20%)의 수수료 부담을 덜 것으로 예상했다. 관계 부처와 업계는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체크카드 이용 활성화 대책을 다음달 중 마련해 추진키로 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