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외환은행과 론스타가 '산 자의 저주'를 겪고 있다고 30일 밝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 여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한경밀레니엄포럼에서 전삼현 숭실대 법대 교수가 론스타 및 외환은행에 대한 생각을 묻자 "론스타 문제가 왜 이렇게까지 됐는지 모를 정도로 곤혹스럽다"며 이같이 말했다. 인수 · 합병(M&A)에 성공한 회사가 무리한 자금 투입으로 어려움에 처할 때 쓰는 '승자의 저주'에 빗대어 외환은행이 처한 상황을 표현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2003년 외환은행이 론스타에 매각될 때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은행에 대한 2단계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8%를 밑도는 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키로 했다. 외환은행은 이때 8%를 조금 웃돌아 공적자금 투입을 면했다. 하지만 이후 대우사태가 터지고 현대건설 하이닉스 등에 문제가 생겼다. 외환은행은 특히 현대건설 부도 여파로 손실이 커지고 BIS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지면서 2003년 론스타에 매각됐다.

김 위원장은 "당시 정부는 외환은행을 매각하기 전 증자를 통해 회생시키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했다"고 전했다. 한국은행 수출입은행 시장 외국투자기관 등을 통한 증자를 모색했지만 성사되지 않아 결국 론스타라는 사모펀드를 통해 증자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결과적으로 투자한 측(론스타)이 돈을 벌었다는 게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돈을 못 벌었다면 우리(금융당국)가 다시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해야 한다"고 했다.

금융계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산 자의 저주'라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 2003년 당시에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보고 있다. 더불어 론스타를 '투자한 측'이라고 지칭함으로써 악성 투기자본을 끌어들였다는 일각의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 측은 다음달 6일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외환은행 인수가 결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