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원 "만점자 1% 노력하지만 장담은 어려워"
"선택과목 3개로 축소돼 응시자 수 예측 난망"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너무 어려웠던 작년 수능의 난이도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올 수능의 영역별 난이도를 '영역별 만점자수를 응시자의 1%'로 맞추겠다고 밝혔지만 새로운 복병이 등장했다.

2008년 12월 교과부가 예고한대로 탐구영역 최대 선택과목수가 작년까지는 4과목이었지만 올해는 3과목으로 축소되면서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영역의 응시자 수를 예측하기가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성태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30일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계획'을 브리핑하면서 "모집단위 학생 수가 안정적인 영역에서는 가능하면 영역별 만점자가 1%가 되도록 하겠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그러나 학생수 변화가 심한 영역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모집단위 학생수가 안정적인 영역"은 언어ㆍ수리ㆍ외국어를, "학생수 변화가 심한 영역"은 올해부터 선택과목수가 줄어든 사회탐구와 과학탐구를 가리킨다.

성 원장은 이들 탐구영역에 대해 "작년을 기조로 해서 비슷하거나 더 쉽게 낼 것이지만 6월 모의평가에서 사탐ㆍ과탐의 세부 과목별 응시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영역별 만점자 1%'라는 올 수능 난이도의 으뜸 목표를 사탐과 과탐에서는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는 고민을 털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전과목 영역별 만점자가 1%가 되도록 출제하겠다던 장담에서 한발 후퇴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연쇄적으로 올수능에서 언수외가 쉽게 출제돼 이들 영역에서는 변별력을 찾기 어려운 상위권 학생들에게는 의외로 사탐과 과탐의 성적이 당락에 꽤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낳고 있다.

평가원측은 수능을 앞두고 6월2일과 9월1일 실시되는 두차례 모의평가에서 수험생들의 움직임을 파악해 난이도를 최대한 1%로 맞춰보겠다며 특히 6월 모의평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성 원장은 "수험생 60만명이 일제히 보는 것을 전제로 난이도를 조절하다가 10만명 씩의 변동이 있는 경우에는 난이도를 조절하는 게 쉽지 않다"며 "6월 모의평가를 앞두고 학생들이 응시과목 접수를 한 것을 바탕으로 최대한 난이도를 조절해 보겠지만 아무래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탐구 영역도 지난해보다는 쉽게 내겠지만 6월 모의평가를 끝내봐야 할 것 같고 만점자 비율이 몇 %인지 확언하기는 어렵다"고 거듭 이해를 요청했다.

2011학년도 수능의 영역별 응시자수를 보면 언어 66만8천339명(전체 수험생 대비 99.9%), 수리가 14만5천124명(21.7%), 수리나 48만1천413명(72.4%), 외국어 65만7천695명(98.3%)이었다.

이처럼 언어와 외국어는 사실상 모든 수험생이 응시하고, 수리가와 수리나도 이과ㆍ문과생 대부분이 치르는 추세는 수년간 이어져 왔다.

사회탐구도 11개 과목 가운데 2011학년도의 경우 응시자 38만7천887명중 윤리(51.8%), 한국지리(61.5%), 한국근현대사(61.0%), 사회ㆍ문화(74.2%) 등 많이 선택되는 과목이 뚜렷했고 이런 비율은 매년 비슷했다.

과학탐구도 지난해 응시자 22만7천264명이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의 Ⅰ,Ⅱ 과목을 고르게 응시했고 이 비율은 매년 유지됐다.

입시전문가들은 사탐ㆍ과탐의 최대 선택과목수가 3과목으로 제한되긴 했지만 기존에도 대학들이 2과목 정도만의 성적을 요구했기 때문에 학생들의 수험 부담이 느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응시생들의 규모를 제대로 가늠하지 못한 상태에서 평가원이 과목별 난이도를 고르게 조절하지 못한다면 상당한 반발을 부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종로학원 김용근 평가이사는 "상위권 수험생들은 시험문제가 쉽게 나오더라도 수리 영역의 표준점수는 높게 나오므로 수리를 중심으로 공부를 해나가고 중위권 수험생은 교과단원에서 핵심적인 내용들을 놓쳐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김 이사는 "과탐의 경우는 자신이 제일 자신있는 1과목과, 지원하는 학과와 연관되는 과목 1과목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면 된다"며 "선택 과목별 난이도 격차를 걱정하는 수험생도 있겠지만 대학들이 표준점수를 그대로 반영하기보다는 변환 표준점수를 반영하므로 큰 유불리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조채희 기자 chae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