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은 일본에서 생산되는 부품을 제때 공급받지 못해 생산 차질을 겪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애플은 아이패드용 배터리 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아이패드용 리튬이온전지를 만들기 위해선 폴리머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폴리머를 생산하는 일본 구레하의 이와키현 공장이 지난 11일 도호쿠(東北) 대지진 이후 가동을 중단하면서 배터리용 폴리머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28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아이패드용 배터리 제조에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한 애플 관계자가 구레하 미국 지사를 찾아 현황을 파악했다. 전 세계 폴리머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구레하 공장이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면 조만간 배터리 공급에 차질을 빚게 될 수 있어서다.

이와 관련,시장조사업체 IHS아이서플라이는 최근 "일본 강진과 쓰나미 여파로 아이패드2의 배터리와 각종 부품,터치스크린 등의 수급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너럴모터스(GM) 등 자동차 메이커는 히타치에서 생산하는 공기흐름 센서를 제때 공급받지 못하자 일부 공장 조업을 잠정 중단하거나 공장 조업률을 낮췄다. 또 일본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 공장들이 대지진 영향으로 가동을 중단하면서 미국 기업의 자동차용 마이크로칩 수급도 차질을 빚게 됐다.

일본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미 기업들은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에 55개의 매장을 두고 있는 보석회사 티파니는 대지진 영향으로 매출이 1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소프트웨어 업체인 어도비시스템스는 1분기 일본 영업 타격 영향으로 매출이 5000만달러 줄 것으로 전망했다. 캘러웨이골프의 브래들리 할러데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주부터 지진 영향으로 판매가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캘러웨이골프 매출의 17%를 차지하는 2위 시장이다. 특히 수출 비중이 높은 미국의 기업들은 일본 원전 방사능 오염 공포에 따른 선박 운임료와 보험료 상승으로 채산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