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법무법인 바른에는 사법연수원생들의 항의전화가 여러 통 걸려왔다.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사법연수원 출신은 10명 이내,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출신은 30명 이내를 뽑는다"는 내용의 신입변호사 채용공고 때문이었다. 사법연수원생들은 "왜 우수한 사법연수원생을 로스쿨생보다 적게 뽑나"라는 불만을 토로했다.

바른의 채용 소식은 한국경제신문에 기사로 보도됐다. 바른이 로스쿨 출신을 사법연수원 출신 변호사 봉급의 50% 수준에 뽑는다는 내용이었다. 기사가 나가자 이번에는 로스쿨생들이 반발했다. 강훈 바른 대표변호사는 "내 개인 이메일로까지 로스쿨생들이 항의해왔다"며 "로스쿨생들에게 최대한 채용 기회를 많이 주겠다는 취지라는 내용의 답신을 일일이 직접 보냈다"고 말했다.

로스쿨생들이 즐겨 찾는 인터넷 게시판 등에는 "대기업이나 은행을 그만두고 로스쿨에 들어온 사람들은 오히려 봉급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담합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는 글이 최근 잇따라 올라왔다. 그러나 담합은 불공정한 방법일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

바른에서 입사 지원을 받은 결과 50% 수준 봉급에도 일하겠다는 로스쿨생들이 몰려 경쟁률은 10 대 1을 넘어섰다.

국책연구소 출신 공학박사,전문의,변리사 등 법조 바깥의 전문인력들이 대거 몰렸다. 기존에 연간 1000명씩 나오던 변호사가 내년부터는 로스쿨 출신 1500명을 더해 2500명씩 나오게 되면서 '백수 변호사'에 대한 불안감이 퍼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강 대표는 "대형 로펌들은 1년에 들일 인건비가 정해져 있다"며 "로스쿨생들이 월급을 많이 받길 원한다면 로펌은 인원을 적게 뽑아야 하는데,(신출 변호사들이) 진정 그걸 바라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법연수원생들의 몸값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 대표는 "(법률시장에)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내년부터 변호사가 한 해에 2500명씩 배출되면 수요와 공급 구조도 달라지게 된다. 새내기 법조인들은 눈높이를 현실에 맞추면서 '새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로펌들은 강조한다. 시장경제에서 개인이 몸값을 높일 방법은 항의전화가 아니라 실력을 쌓는 것이다.

임도원 지식사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