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보안군 발포로 20명 사망"
요르단, 바레인도 사상자 속출

이슬람권 휴일인 금요일을 맞아 25일 중동 각국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린 가운데 시위대와 보안당국 간 충돌로 사상자가 속출했다.

서방 주도의 대 리비아 군사작전이 시작된 이후 첫 금요일인 이날, 각국 시위대는 자유와 개혁을 촉구하며 시위를 전개했지만 당국은 실탄과 최루가스를 발포하며 성난 민심을 강제로 억눌렀다.

매주 금요일마다 중동 이슬람권의 시위가 격화하는 것은 금요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이슬람사원 모스크에 많은 사람들이 한데 모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금요예배는 이슬람 경전 코란에도 무슬림의 의무로 명시돼 있기 때문에 이날만큼은 각국 보안당국 조차도 무슬림의 모스크행을 막을 수 없다.

◇시리아 = 시리아에서는 남부에서 시작된 반 정부 시위가 수도 다마스쿠스까지 확산된 가운데, 보안군의 발포로 대규모 유혈사태가 빚어졌다.

아랍위성방송 알-자지라TV는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 남부 다라 지역 시위에 참여하려고 길을 나선 인근 마을 사나메인의 주민 20여 명이 보안군의 발포로 숨졌다고 보도했다.

시리아 시민들이 `존엄의 날'로 선포한 이날 시위 중심지인 다라 지역에서는 주민 5만 명이 무슬림의 금요예배가 끝난 뒤 거리로 몰려나와 자유와 개혁을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보안군은 이날 외신 기자들의 다라 시 접근을 차단한 가운데, 또다시 총기를 발포하며 시위대에 대한 강제 해산에 나섰다.

정부는 전날까지 다라 지역에서 시위 중 34명이 숨졌다고 밝혔으나 현지 인권단체들은 100명 이상이 희생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라 인근의 다엘과 수도권 도시인 두마 등지에서도 수백 명에서 수천 명이 반정부 시위를 벌였고, 수도 다마스쿠스에서는 200여 명이 마르제 광장 근처에서 "자유, 자유" 등을 외치다가 진압에 나선 보안군에 의해 강제 해산됐다.

이날 시위는 29년 전 대규모 유혈 사태가 빚어졌던 하마 시에서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 시에서는 1982년에 이슬람단체인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정부의 유혈 진압으로 2만 명이 넘는 사람이 숨졌다.

하마 시에서 벌어진 대규모 학살을 지시한 장본인은 현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부친인 하페즈 알-아사드 전 대통령인 것으로 알려졌다.

1963년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된 시리아에서는 알-아사드 부자의 세습 독재가 4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는 시위가 확산하자 48년간 지속되고 있는 국가비상사태의 해제를 검토하고, 언론의 자유 확대와 국민의 정치참여 기회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개혁안을 지난 24일 제시했다.

그러나 시리아 야권은 정부의 개혁안이 국민의 열망에 부합하지 못할 뿐 아니라 그간 내놓았던 개혁안도 제대로 시행된 것이 없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예멘 = 예멘에서는 수도 사나에서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찬반 세력이 서로 충돌 직전 상황까지 이르렀지만 다행히 대규모 유혈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

반 정부 시위대 수만 명은 이날 사나대학 인근에서 `자유 행진의 날'이라는 이름 아래 시위를 벌였고, 살레 지지자 수천 명은 8km 떨어진 광장에서 열린 대통령의 군중연설에 참석했다.

그러나 살레 지지자들은 대통령 연설이 끝나자 소총과 단검으로 무장한 채 반 정부 시위대의 시위 장소로 접근을 시도했고, 충돌을 우려한 군인들은 공중에 위협사격을 하며 양측을 분리했다.

이날 충돌을 막은 군인들은 반 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군인들로 시위대 보호를 위해 현장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예멘군 내부에서는 지난 21일 살레의 측근이었던 알리 모흐센 알-아흐마르 소장의 시위 지지 선언 이후 그에게 동조하는 군인들이 점차 늘고 있다.

한편, 살레 대통령은 이날 군중연설에서 "우리는 권력을 원하지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단 우리는 부패하고 증오로 가득한 손이 아닌 `깨끗한 손'에 권력을 넘겨 줄 것"이라며 조건부 퇴진 방침을 거듭 밝혔다.

33년째 장기 집권 중인 살레 대통령은 올해 안에 총선과 대선을 실시하고 나서 내년 1월까지 퇴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야권과 시위대는 즉각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요르단 =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는 개혁을 촉구하는 시위대와 압둘라 2세 국왕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충돌, 100명 이상이 다쳤다.

이날 충돌은 400명 가량의 친 정부 시위대가 의회 해산과 총리 해임을 요구하는 1천500여 명의 반정부 시위대를 공격하면서 일어났다.

경찰은 양측 충돌을 중단시키기 위해 물대포를 쏘며 시위대 해산작전을 벌이기도 했다.

암만에서는 전날에도 중심가인 내무부 청사 인근 광장에서 2천여 명의 반 정부 시위대가 부패 관리 퇴진 등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자 국왕의 지지자 300여 명이 돌을 던지며 시위대를 공격, 약 35명이 다쳤다.

또 계엄령이 선포된 바레인에서도 수도 마나마의 서쪽 도시인 말라키야, 카르자칸 등지에서 수니파 왕정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아파의 시위가 수천 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보안군은 최루가스와 산탄을 쏘며 시위대를 강제해산했고 이 과정에서 1명이 질식사하고 50여 명이 다쳤다고 야권은 전했다.

바레인은 사우디 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이웃국가로부터 병력을 지원받아 주요 시설보호 활동에 투입하고 있다.

집회와 시위가 엄격하게 금지돼 있는 사우디에서도 카티프 등 동부 시아파 주거지역을 중심으로 시위가 열렸다.

시위에 참여한 수백 명의 주민들은 바레인에 파견된 사우디 군의 철수와 정치 개혁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인 뒤 자진해산했다.

사우디 인권단체들은 사우디 당국이 지난주 100여 명의 시위 참가자를 부당하게 체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카이로.두바이연합뉴스) 고웅석 강종구 특파원 iny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