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기자재를 리비아에 수출하는 A사는 리비아 사태 이후 수출대금 67만달러를 받지 못했다. 수출을 위해 구매한 8만달러 상당의 제품도 선적하지 못한 채 재고로 남아 피해 규모는 모두 75만달러에 달한다. 이 회사는 리비아 사태가 연말까지 갈 경우 140만달러가량 손해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

리비아로 과즙음료를 수출하는 B사도 큰 손해를 입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달 중순에 도착했어야 할 수출 물량이 현지 통관을 못해 135만달러를 손해봤다. 지난 5년간 리비아에 수출해온 이 회사는 현지 상황이 안정되기만을 바라며 애를 태우고 있다.

리비아 등 북아프리카 · 중동의 정정 불안이 장기화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는 최악의 경우 배럴당 15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리비아 수출 타격

리비아 사태 이후 국내 기업의 수출 차질 금액이 79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피해 규모는 16억달러로 불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주최로 23일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열린 '중동 정세 변화와 대응방안'세미나에서 무역협회는 이 같은 내용의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8일까지 리비아에 수출하는 575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 응한 278개 기업의 33.1%인 92개사가 수출 차질 등 피해를 입었다고 답변했다. 이들 기업의 피해 규모는 7900만달러 안팎으로 파악됐다.

피해를 입었다는 기업 중 56개사는 연간 수출 100만달러 미만의 소규모 기업이었다. 100만~500만달러를 수출하는 업체는 24개사,500만달러 이상은 12개사였다. 업종별로는 수송 · 건설기계 부문의 피해가 47개사 6197만달러로 가장 컸다. 석유화학 부문은 807만달러(10개사),전기전자 제품은 446만달러(10개사)의 피해를 입었다.

무역협회는 리비아 사태가 연말까지 계속되면 건설수주 차질 12억달러를 포함해 총 16억달러의 수출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

북아프리카 · 중동의 정정 불안이 계속되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150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됐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이날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북아프리카 · 중동의 정치적 상황에 따른 국제유가 동향을 시나리오별로 분석해 보고했다.

연구원은 사태가 조기에 종결되면 국제유가는 하락세로 전환,배럴당 85~95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리비아 사태가 악화되더라도 주변국으로 확산되지만 않는다면 국제유가는 지금보다 10달러가량 높은 배럴당 120달러 선에 머물 것으로 전망됐다. 알제리 오만 예멘 등으로 사태가 확산되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130~140달러로 상승할 것으로 분석됐다.

사우디 등 주요 산유국까지 불안해지는 최악의 경우 국제유가는 배럴당 150달러를 넘을 것으로 우려됐다.

일본 대지진과 원자력발전소 사고도 에너지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대지진 이후 일본이 에너지 공급원을 다시 확보하는 과정에서 수급 변동에 따른 가격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원전에 대한 논란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다양한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단기적인 접근은 경계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