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진 등 대외 악재의 위력이 수그러들면서 코스피지수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양상이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다가온 1분기 어닝시즌에 쏠리고 있다. 별다른 호재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1분기 실적이 상승 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가능성은 현재로선 반반이다.

올 들어 쏟아진 대외 악재의 여파로 국내 기업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최근 다소 꺾였다. 업종별로 부침이 심한 만큼 '낙폭과대주'도 선별 접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1분기 영업이익 전망 상승세 꺾여

내달 6일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국내 증시는 어닝시즌에 들어간다. 중동 정정 불안과 유가 급등,중국 긴축 등 악재 속에서도 1분기 실적 추정치는 작년 말부터 꾸준히 상향돼 왔다. 따라서 내달 주요 기업들의 실적 발표를 계기로 증시가 상승 추세를 재개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기류가 달라졌다. 리비아사태 수습이 늦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일본 강진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22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국내 500대 기업 중 증권사 추정치가 있는 267개사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추정치 평균)는 총 23조6100억원(21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지난주 추정치(23조6800억원)보다 0.29% 감소,1월 둘째주 이후 처음으로 증가세가 꺾였다.

정승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일본 지진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추정치에 변화가 나타났다"며 "컨센서스가 주가에 후행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추세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진단했다.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등 대형주의 실적 우려가 여전한 점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이상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국내 500대 기업의 1분기 영업이익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6.9%로 한 자릿수에 그칠 것"이라며 "리비아사태와 일본 원전 피해로 업종별 차별화가 심해졌다"고 설명했다.

◆유틸리티 · 통신 · 소비재 목표주가 하향

연초 대비 실적 추정치가 오른 종목은 에너지와 금융,소재 등이었다. 최근 일본 지진으로 정유 · 화학과 철강업종의 반사이익이 기대되면서 더 부각되고 있다.

HMC투자증권은 SK이노베이션에 대해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예상했고,미래에셋증권은 정제마진 개선을 이유로 GS의 목표주가를 8만8000원에서 11만원으로 올렸다.

반면 유틸리티와 통신서비스,필수소비재 등은 실적에 대한 기대치가 올초보다 더 낮아졌다. 한국전력은 수익성 악화에 일본 지진 여파로 원료비까지 올라 실적에 먹구름이 낀 상태다.

하이투자증권은 호텔신라에 대해 지진 여파로 입국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4만원에서 3만4000원으로 내렸다. 항공주와 여행주도 최근 목표주가가 잇달아 하향되는 등 부침이 심한 모습이다.

◆실적 상향된 중형주 주목할 만

전문가들은 이번 악재로 낙폭이 큰 종목을 무턱대고 투자하는 것은 피하라고 조언한다. 김동하 교보증권 연구원은 "영업이익 추정치가 하향 조정되면서 업종 선택이 중요해졌다"며 "한 달 전보다 영업이익 추정치가 늘어난 증권 화학과 서비스 금융 은행 건설 등을 주목할 만하다"고 제시했다.

송경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 상승세가 기술적 반등 이후 낙폭과대주보다는 실적호전주로 압축될 것"이라며 "대형주와 달리 1분기 실적 전망이 최근 한 달간 4% 상향된 중형주의 이익 모멘텀이 부각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1분기 어닝시즌이 증시의 모멘텀 역할을 할지는 견해가 엇갈린다. 정 연구원은 "실적이 기대만큼 나온다면 수급 면에서 매도를 진정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다만 다른 호재가 없는 상황에서 실적마저 예상치를 밑돌 경우 코스피지수의 리레이팅(재평가) 근거에 힘이 빠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악재를 생각하면 1분기는 예상보다 안 나와도 단기 조정 요인에 그칠 것"이라며 "수출 성수기인 2~3분기가 더 큰 관심"이라고 내다봤다.

개선된 경기선행지수가 내달 함께 발표되면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예측이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