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터키 이어 공습 주도한 佛도 회의론 피력
"나토 깃발에 대한 아랍권 부정적 시선"이 한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민간인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리비아에 대한 군사개입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결의 1973호를 채택하고 프랑스, 영국, 미국이 전격적인 공격에 나선 지 이틀이 지나도록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조용하다.

물론 굳게 닫힌 회의장 안에서 28개 회원국 대표들이 사흘째 대(對) 리비아 개입 작전계획을 논의하고는 있으나 좀처럼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는 탓에 상황의 심각성에 비해 너무 조용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들린다.

나토가 특정 분쟁에 군사적으로 개입하려면 군사위원회에서 개념적인 얼개(Operation Concept)를 짜고 이를 토대로 구체적인 작전계획(Operation Plan)을 수립,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북대서양위원회(NAC)가 만장일치로 승인해야 한다.

유엔 안보리 결의 채택으로 ▲나토의 군사개입에 대한 분명한 요구 ▲명료한 법적 토대 ▲주변국의 확고한 지지라는 3개 조건이 충족됐다는 판단에 따라 사흘째 작전계획을 논의하고 있으나 28개국 만장일치가 도출되지 않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표결 당시 러시아, 중국, 인도, 브라질과 함께 기권했던 독일이 반대까지는 아니더라도 소극적 지지에 머물고 있고 나토 회원국 가운데 유일한 이슬람 국가인 터키가 반대 입장을 견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공군력과 크루즈미사일을 동원한 서방의 전격적인 공격이 '비행금지구역' 설정 및 운용이라는 범주를 넘어서 카다피를 '정조준'한다는 시선이 팽배하고 이 탓에 아랍연맹(AL)도 비판론을 제기하면서 나토의 논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독일은 "(리비아에 대한) 군사개입을 지지할지, 안 할지 결정하는 것은 각국의 책임이다.

우리는 줄곧 (리비아에) 군대를 보내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군대를 보내지 않겠다는 게 독일이 중립적이라거나, 독재자 카다피를 동정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는 모호한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귀도 베스터벨레 외무장관은 21일 "우리는 위험을 계산했다"며 "군사개입이 시작되자 벌써 아랍연맹이 이를 비난한 것을 봤을 때 우리가 개입에 주저했던 이유가 충분했다"고 밝혀 아랍권의 여론에 촉각을 곤두세운다는 점을 내비쳤다.

나토 군사개입의 최종 타결이 예상됐던 20일 회의에서는 터키가 "미국, 프랑스, 영국 연합군의 전격적인 공격으로 (나토 군사개입에) 여건이 바뀌었다"면서 이날 안건으로 올라온 작전계획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나아가 21일 사우디 아라비아 방문 중 "만일 나토가 작전에 참여하기로 한다면 몇 가지 분명한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며 "나토는 리비아가 리비아 국민의 것임을 인식해야 하고 리비아의 지하자원과 부를 다른 세계로 배분하기 위해 개입해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 영국, 미국이 주도하는 군사개입이 리비아의 석유를 차지하기 위함이라는 일각의 '음모론'에 선을 그으면서 친(親) 카다피도 아니고 반(反) 카다피도 아닌 리비아 국민의 뜻이 존중돼야 한다는 원칙론을 거듭 확인한 셈이다.

여기에 독일과 터키의 반대, 또는 소극적 지지에 가로막힌 나토의 대 리비아 군사개입 논의에 연합군 공격을 주도했던 프랑스까지 딴죽을 거는 '역설'이 펼쳐지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뉴스통신 AFP에 따르면 프랑스는 "군사작전 지휘권을 나토가 행사하게 되면 아랍권으로부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논리를 펴면서 현재 진행되는 군사작전의 지휘권을 나토에 이양하는 데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고 전했다.

실질적으로 '나토 = 미국'이라는 인식이 박혀 있고 아랍권에서 반미 정서가 뿌리 깊은 상황,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전쟁에 나토가 관여하는 상황이 맞물리면서 지금처럼 유엔 안보리 결의를 근거로 몇몇 국가가 연합해 작전을 수행하는 게 나토 깃발 아래 개입하는 것보다 부작용이 적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나토에 대한 아랍권의 부정적 시각은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도 20일 전용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언뜻 언급한 바 있어 이 문제가 나토의 군사개입에 변수가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21일에도 대 리비아 군사개입을 결정하기 위한 상주대표부 대사급 NAC를 개최하는 나토가 어떠한 결론을 도출할지 주목된다.

(브뤼셀연합뉴스) 김영묵 특파원 econ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