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쿠퍼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일본 경제가 대지진 및 쓰나미 여파로 올해 2분기에 상당한 타격을 받겠지만 대재앙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성장세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협받고 있는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에 대해 앞으로도 상당 기간 그 역할을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쿠퍼 교수는 22일 한국경제신문이 금융연구원 아시아개발은행(ADB) 국제금융학회 등과 함께 공동 주최하는 국제컨퍼런스에 앞서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쿠퍼 교수는 미국 국무부 경제담당 차관(1977~1981년),미국 보스턴연방은행 총재(1990~1992년) 미국 국가정보위원회 위원장(1995~1997년) 등을 지낸 미국 국제경제학계의 거목이다.

쿠퍼 교수는 "원전 사고의 영향이 현재 예상하고 있는 것보다 심각해지지 않는다면 타격은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일본이 일시적으로 파괴된 자본과 생산을 올해 하반기 및 내년에 재건할 것이며,이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때와 비교해 국내총생산(GDP)을 증가시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퍼 교수는 일본의 대재앙이 미국 및 글로벌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긴 하겠지만 이는 일시적이며 규모도 작은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오히려 일본 재건이 중장기 관점에서 미국 경제를 자극하는 효과에 주목했다. 쿠퍼 교수는 "일본에서의 극복 노력으로 미국의 대일본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주요 7개국(G7)이 엔화 강세를 저지하기 위해 공동 행동에 나섰지만 향후 미국의 통화정책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 대재앙이 중국의 경제정책에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18일 시중은행에 대한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상,물가 안정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쿠퍼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지위가 약화됐지만 글로벌 통화체제 변화에 대한 공식 합의는 상당 기간 이뤄지지 못할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달러는 수년간(for some years to come) 국제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위안화가 기축통화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에 대해 지극히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위안화는 중국 외 국가에서 자유롭게 보유하거나 거래할 수 없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쿠퍼 교수는 위안화 시대가 수십년(for some decades) 뒤에나 올 것으로 예측했다.

유로화에 대해선 달러를 일부 대체하는 역할을 이미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각국이 경제 회복을 위해 수출을 늘리려고 하면 갈등이 생기게 마련"이라며 글로벌 통화전쟁이 다시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하는 찰스 위플로스 스위스 더 그레듀잇 인스티튜트 교수도 국제통화 시스템 개편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미리 공개한 발표문 요지에서 △고정환율제도로의 복귀가 쉽지 않고 △유럽은 경제 규모에 상응하는 금융 시장과 금융 수단이 미흡하고 △중국 위안화는 국제화가 덜 됐으며 △국제공조를 위한 G7이나 주요 20개국(G20) 회의에 대한 기대가 적다는 점 등을 이유로 꼽았다.

필립 마틴 프랑스 사이언스 포 교수는 "여러 통화가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다극체제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를 위해선 신흥국의 금융발전과 금융개방이 이뤄져야 하며 유로채권이 설립되면 유로화가 달러를 보완하는 추가 준비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카기 신지 일본 오사카대 교수는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선 글로벌 기구뿐 아니라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와 같은 역내기구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현재 1200억달러 규모로 설정돼 있는 CMI 규모가 더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리칭 중국 중앙재경대 교수는 "미국이 경상수지 적자를 만회하는 동시에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지위를 유지하기 힘들다는 트리핀의 딜레마에 빠져 있어 글로벌통화체제가 불안정해졌다"며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이 기축통화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SDR이 기축통화가 되려면 유동성이 확충돼 상용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준동/이상은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