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기업에서 일하다보니 여러 벤처 회사를 만날 기회가 많다. 이제 갓 시작한 기업들이지만,하나같이 실리콘밸리 기업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을 열정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 눈이 부실 정도다. 더욱 반가운 것은 사회 전반적으로도 참신한 아이디어를 토대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이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개인이 직접 기획하고 참여하는 애플리케이션이나 프로그램 개발이 활발해지고 있다. 심지어 회사를 세우지 않고 온라인 장터에만 올려도 창업할 수 있다. 얼마 전 14세 소년이 만든 게임과 주부가 만든 재테크 관련 애플리케이션이 큰 성공을 거둬 화제가 되기도 했다. 대학생이나 직장인은 물론 주부 청소년 노인 등 다양한 연령과 배경의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상품화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하지만 기회가 누구에게나 있다고 해서 모두가 성공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관련 조사에 따르면 벤처로 시작해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이른바 성공한 벤처는 0.6%에 불과하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무엇보다 벤처 기업들은 멋진 아이디어는 있지만 상품을 시장에 내놓을 때 반드시 필요한 시장 분석이나 마케팅 전략,영업 능력 등이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상품이라도 소비자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면 물거품이 되기 쉽다.

사업화가 어렵다고 꿈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바야흐로 개방과 공동 협력의 시대다.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한껏 펼쳐보고 싶다면 상생의 시스템을 충분히 활용하면 된다. 최근 벤처 기업을 돕고,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상생의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많은 기관과 기업들이 벤처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목말라 있고,새로운 출발을 내딛는 이들을 도와줄 준비가 돼 있다.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보다 완성된 기술로 만드는 과정부터 새로운 시장 개척까지 이미 성공한 국내외 기업이나 관련 단체들의 네트워크와 지식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운용되는 벤처투자 기금은 약 9조원이고 벤처 기업은 2만개가 넘었다.

구글,P&G,퀄컴 등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도 벤처 기업을 장려하는 개방형 혁신에 적극 참여하며 다양한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아예 벤처 기금까지 별도로 마련해 벤처 기업들의 세계 무대 데뷔를 돕기도 한다. 약 25년 전 벤처로 시작한 퀄컴은 특히 벤처기업을 찾고 지원하는 일에 적극적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지식과 경험이 벤처 기업의 상상력과 결합돼 각종 분야에서 보다 빠른 혁신을 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이나 제주도에 있는 작은 벤처건,분당에 사는 주부건 아이디어가 있다면 지금 바로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이들이 국경 없는 세계 시장에서 찬란히,그리고 오랫동안 빛나는 날을 고대해 본다. 모든 벤처에 건투를 빈다.

차영구 < 퀄컴코리아 사장 ykcha@qualcom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