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 발전소의 전기 공급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마무리 작업이 18일 진행됐다. 작업이 성공하면 방사능 오염을 막을 수 있는 결정적인 전기가 마련된다. 사고 발생 1주일째인 이날은 방사선 유출량이 모처럼 줄어들었다는 반가운 소식도 전해졌다. 그러나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원전 1~6호기 외에 또 다른 폐연료봉(사용 후 핵연료봉)이 위험에 처했다는 새로운 악재도 더해졌다. 지금 일본은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필사의 전력 공급 작전

후쿠시마 원전의 위기는 전기에서 비롯됐다. 전기가 끊겨 냉각시스템이 멈춘 탓에 원자로가 뜨거워져 폭발과 화재가 빈발했다. 반대로 전기가 들어오면 판세가 바뀐다. 헬기와 살수차라는 미봉책 대신 냉각펌프라는 강력한 해결책이 가동된다. 도쿄전력은 지난 17일 6900V짜리 고압전류를 제1원전 부지 안으로 끌어오는 송전선 가설 공사를 마무리했다. 18일에는 이 전류를 각 원자로에 공급할 수 있는 배전반(配電盤)을 설치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도쿄전력은 "19일부터 2호기 원자로에 직접 송전선을 연결하는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당초 계획보다는 공사 완료 시점이 하루 정도 늦춰졌다. 심각한 방사능 오염으로 원전 주변의 작업환경이 극도로 열악하기 때문이다. 전력 복원은 2호기에 이어 1호기,3호기,4호기 순으로 진행된다.

전기가 들어오더라도 냉각시스템이 정상 가동될지는 미지수다. 펌프가 정상 작동되면 원자로에 냉각수를 흐르게 하고 폐연료봉 수조에 물을 채우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여러 차례의 폭발과 화재로 원자로의 외벽까지 날아간 마당에 냉각시스템이 온전하리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도쿄전력이 전원 복구에 집중하는 동안 일본 자위대는 소방차 등을 통해 냉각수 투입 작업을 지속했다.

◆실낱같은 희망의 징후

교도통신은 이날 "후쿠시마 제1원전 방사선 유출량이 감소 추세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대지진으로 인해 원전 사고가 발생한 이후 처음 나온 희망적인 보도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제1원전 2호기 서쪽 1.1㎞ 지점의 방사선량이 17일 오전 351.4마이크로시버트(μSv)에서 오후 8시엔 292.2마이크로시버트로 줄었고 18일 오전 8시에는 270.5마이크로시버트로 추가 감소했다. 아사히신문은 "후쿠시마현 내에서 측정된 방사선량도 정점 때의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다"고 보도했다.

우려 일색이던 해외의 시선도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로버트 윌러드 미 해군 태평양사령관은 "일본 원전 사태수습에 대해 미국은 조심스럽게 낙관하는 입장"이라며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으리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도울 수 있는 방안을 계속 찾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방사능 오염 지역에서 활동 능력을 갖춘 450명 규모의 전문 부대를 (일본에) 파견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미 국방부는 지난 17일 9명의 '피해관리평가팀'을 선발대 형식으로 이미 일본에 파견한 상태다.

◆악재도 계속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제1원전의 1~6호기 외에 6400개가량의 폐연료봉을 별도로 보관하고 있는 수조(水槽)도 고장을 일으켰다"고 보도했다. 냉각장치가 고장나는 바람에 수위나 수온의 변화조차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추가적인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이 수조는 방사능 오염이 극심한 원전 3,4호기 인근에 있어 현장 요원들의 접근이 어렵다. 수소폭발 등의 문제를 일으킨 1~4호기와 수조의 수온이 상승하고 있는 5,6호기에 이어 6400여개의 폐연료봉으로 전선(戰線)이 확대된 셈이다.

원전 복구가 지연되면서 경제적 파장도 커지고 있다. 정보기술(IT) 분야 시장조사기관인 IHS아이서플라이는 "주요 부품을 일본에 의존하고 있는 아이패드2의 생산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일본 지진의 영향으로 기업공개(IPO)시기를 재조정하는 기업들도 전 세계적으로 늘고 있다"고 전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