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남자의 자격' 출연.."예능도 야구처럼 열심히 하면 되지 않겠나"

"야구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또 어떻게 보면 야구선수가 야구만 해야한다는 법은 없으니까요."

이 남자, 욕심이 많다.

남들은 평생 한번 듣기도 어려운 '신(神)'이란 호칭을 달고 살더니 마흔이 넘은 나이에 전혀 다른 세계에 도전장을 던졌다.

야구선수 양준혁 이야기다.

1993년 프로야구에 데뷔해 지난해 은퇴하기까지 18시즌 동안 안타 2천318개ㆍ홈런 351개(통산 타율 0.316)를 날리며 부문별 신기록을 양산해냈던 '양신' 양준혁은 이제 KBS 2TV 주말 예능 프로그램 '해피선데이 - 남자의 자격'을 통해 예능 새내기로 거듭난다.

양준혁은 18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제가 원래 새로운 삶에 도전하는 걸 좋아한다"면서 "처음 출연 제의가 들어왔을 때는 야구만 했던 내가 이걸 해야 되나 고민도 했지만 워낙 좋은 프로그램이라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예능에서) 부른다고 다 나가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냥 웃기는 걸로만 보이는 프로였으면 나가지 않았을 거다"면서 "남자의 자격은 의미도 있고, 어느 정도 공익성도 있는 것 같아서 출연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양신'의 예능 출연에 대한 지인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양준혁은 "좋은 선택이다와 걱정된다의 비율이 8대 2정도 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남자의 자격에 출연하는) 김태원 형도 완전 예능인이 된 건 아니지 않냐"면서 "야구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야구인이라는 본질을 벗어나서는 안되겠지만 다재다능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 출연을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자의 자격'으로 예능 무대에 진출하게 됐지만 사실 양준혁은 '해피선데이' 속 형제 코너인 '1박2일'에 먼저 출연했다.

그는 지난해 말 방송된 '1박2일'의 '5대 광역시 특집'에서 구수한 입담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1박2일'이 아닌 '남자의 자격' 멤버가 된 데 대해 양준혁은 "사실 제가 그쪽을 택한 게 아니고, 그쪽에서 저를 택한 것"이라면서 "1박2일 쪽에서도 저를 멤버 후보로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은데, 정작 제의는 남자의 자격에서 왔다"며 웃었다.

그는 "남자의 자격에서는 이경규 선배를 비롯해 김태원 형, 김국진 형 등 나보다 나이가 많은 선배가 셋이나 있다"면서 "내가 딱 중간이니까 형님들 잘 모시고 후배들 챙겨가면서 하겠다. 야구할 때처럼 하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야구 아이템을 제안해 볼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하면 재밌을 것"이라면서 "앞으로 야구재단을 만들어 학생 선수들을 지원할 생각인데, 거기 친구들과 남자의 자격 멤버들이 각각 팀을 만들어 대결하면 재밌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강호동에 이어 가장 주목받는 '스포츠맨 출신 예능인'이 된 양준혁. 그도 강호동처럼 전문 예능인의 길을 걷게 될까.

양준혁은 "저도 아직 제 가능성을 모른다"고 웃은 뒤 "일단 남자의 자격에 집중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사실 제가 뭐 개그맨도 아니고 얼마나 재밌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운동을 했기 때문에 꾸밀지도 모르고, 그냥 있는 그대로 보여드릴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열심히 하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야구할 때처럼 열심히 하면 될 것 같아요"

(서울연합뉴스) 이연정 기자 rainmak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