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나들고 일본 지진 여파로 선진국과 신흥시장 성장률이 동반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결코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 같다. "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18일 서울 서초동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경영환경을 둘러싼 변화가 심상치 않음을 감추지 않았다. 전자 시황도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어렵겠지만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영업이익도 최고 실적을 달성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오너 경영인 책임경영체제

삼성전자 LG전자를 비롯한 400여개의 상장법인이 이날 일제히 주총을 가진 뒤 새 경영진용을 출범시키고 경영목표를 제시했다. 기업들은 유가 급등,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 등 경영환경이 불확실해지고 있지만 과감한 투자와 선제적 리스크 관리 등을 통해 정면 돌파하기로 했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 오너 경영인들은 등기이사 및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되면서 '책임경영 체제'를 구축,위기 돌파의 선봉에 나서기로 했다.

삼성 계열사 주총은 경제개혁연대가 삼성SDS 주총에 참석,의사결정 과정과 지배구조를 놓고 한 시간가량 공방을 벌인 것을 제외하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한 삼성전자 소액주주는 "동반성장위원회란 해괴망측한 조직이 (대기업들의) 초과이익을 분배하자고 하는 것은 주주로선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또 다른 소액주주가 "애플이 삼성을 폄하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최 부회장은 "애플은 작년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제1의 거래선이다. 대표이사로서 애플에 대한 발언에 제한이 있는 점을 이해해달라"며 양해를 구했다.
호텔신라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녀로 작년 12월 취임한 이부진 사장을 등기이사 및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 사장은 이날 일반주주석에 앉아 주총을 지켜봤다. 신임 이사 승인 안건에서 자신이 소개되자 목례 인사를 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이 사장은 주주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 인사를 하기 위해 주총장에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 사장과 삼성물산 상사부문 고문도 맡고 있는 이 사장은 취임 소감을 묻는 질문에 "감사합니다"라고 짧게 대답했다.

◆구본준 LG전자 체제 개편 완료

LG전자는 작년 10월 취임한 구본준 부회장을 신임 이사 및 대표이사로 선임해 구 부회장 중심의 경영체제 개편을 완료했다. 정도현 부사장(CFO)을 사내이사로,㈜LG 강유식 부회장은 기타비상무이사로 재선임됐다. 정 부사장은 "올해는 시장흐름에 적기 대응해 주력 사업 경쟁력을 높이고 태양전지 등 미래성장동력 투자를 가속화하며 R&D(연구 · 개발) 생산 기술 품질 SCM(공급망관리) 등 사업 펀더멘털을 강화해 나가겠다"며 "59조원의 올 매출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작년 말 SK케미칼로 최대주주가 바뀐 SK가스는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과 정헌 대표를 신규 이사로 선임했다. 최 부회장은 기존 SK케미칼 대표이사와 SK건설 이사회 의장직도 유지한다. 최상훈 사장은 "수처리 등 환경 사업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가져갈 것"이라며 "기업 인수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효성은 반도체 및 정보통신부품 제조 · 판매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고 김종갑 하이닉스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주총장에선 소액주주들이 진흥기업 지원 문제를 놓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윤택 재무본부장은 "진흥기업 지원은 워크아웃 플랜에 따라서 진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상운 부회장은 "LED(발광다이오드) LCD(액정표시장치)용 필름 생산을 위한 투자를 고려 중"이라며 "인수 · 합병은 현재 고려하고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 자원개발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이상열/김현예/조재희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