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태에 대한 두산중공업OCI 주주들의 관심은 '인류애적 동정심' 이상이다. 도호쿠지역 대지진 발생 소식이 전해진 지난 11일 이후 닷새간 원전 관련주인 두산중공업의 주가는 12.53%(8400원) 하락했다. 반면 태양광발전 원료인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OCI는 17일 장중 사상 최고가(45만7000원)를 기록했다. 후쿠시마 원전의 위기가 국내 원전 관련주와 신재생에너지주에 상반된 영향을 주는 모습이다.

원전 관련주에서는 두산중공업 외에도 한전KPS(-20.04%) 비에이치아이(-20.64%) 모건코리아(-24.01%) 등이 큰 낙폭을 보이며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하락률(-1.13%)을 크게 웃돌았다.

문제는 이 같은 악재가 단기에 머무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데 있다. 이번주 들어 스위스와 독일이 원자력 발전소 증설 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한 데 이어 중국까지 신규 발전소 승인을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 탄소배출권 거래시대에 저탄소 고효율 발전시스템으로 각광받으며 전 세계적으로 나타났던 '원자력 르네상스'가 10년도 채 안 돼 위기에 처한 것이다.

피터 브래드포드 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 위원은 "원자력발전은 상당한 위험을 감수한다는 점에서 정치권과 대중 여론에 민감한 영향을 받는다"며 "TV를 통해 원전이 폭발한 것을 본 국민에게 각국 정치인이 원전의 필요성을 계속 주장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반사효과는 신재생에너지 관련주가 누렸다. 현재 6%에서 2035년 8%로 확대될 예정이던 원자력 에너지의 공백을 어떻게든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풍력 대장주인 태웅은 지난 11일 이후 8.51% 상승했다. OCI는 사상 최고가를 찍고 소폭 하락한 43만1500원에 마감했으나 최근 5일간 3.47% 상승했고 웅진에너지(7.54%) 신성홀딩스(6.51%) 등도 크게 올랐다. 김영각 현대증권 연구원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며 "관련 산업에 대한 지원이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각국 정부는 바람이 없거나 태양이 진 뒤에도 에너지를 생산하는 발전시설을 원한다"며 "가장 익숙하면서도 빠른 투자효과가 기대되는 화력발전소에 대한 의존도가 다시 커지면서 천연가스와 석탄 값도 오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