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2011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 (2) "美 양적완화로 실물가격 상승세…상품은 여전히 최고의 투자처"
'상품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그룹 회장은 아시아 예찬론자다. 미국인인 그는 싱가포르에 산다. 두 딸에게 중국어를 가르치기 위해서다. 아시아인들이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는 것을 보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말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아시아가 세계의 미래'라는 확신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회가 될 때마다 달러화와 미국 국채를 팔고 중국 위안화를 사들인다고 했다. 석유 금 은 농산물 등 상품 투자에 대한 확신도 여전했다. 로저스 회장은 한국 경제에 대해 "한국은 더 이상 이머징마켓이 아니다"며 "중국과의 근접성,통일 후의 잠재력 등을 고려할 때 한국은 무한한 성장 기회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TV와 한경미디어그룹이 지난 9~10일 개최한 '2011 세계 경제 · 금융 컨퍼런스' 참석차 방한했던 로저스 회장을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국제부장이 만났다.
[다시 보는 2011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 (2) "美 양적완화로 실물가격 상승세…상품은 여전히 최고의 투자처"
▼최근 중동 사태로 유가가 급등하고 있습니다. 유가가 어디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합니까.

"최근 유가는 북아프리카 정정 불안과 같은 사회적 불안정성 때문에 급등했습니다. 석유 매장량 부족도 원인입니다. 머지않아 배럴당 150달러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봅니다. 10년 내에는 200달러 선까지도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하지만 유가가 계속 오르면 세계 경제가 침체되고 경기 침체는 다시 유가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지 않습니까.

"2008년에 유가가 급락했던 것은 상품 시장의 거대한 플레이어였던 리먼브러더스와 AIG가 파산했기 때문입니다. 그게 유일한 이유였죠.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다릅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과거에도 몇 번 증산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그 약속을 한번도 지킨 적이 없죠.왜냐하면 새로 확인된 석유 매장량이 없기 때문입니다. 사우디가 만약 석유 생산을 늘려도 가격은 오를 겁니다. "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 등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더 심화될 것으로 보는지요.

"그렇습니다. 미국이 계속 돈을 찍어내고 있고 그래서 인플레이션이 왔습니다. 안 그래도 석유 쌀 구리 등 상품이 부족한데 미국 정부가 돈을 찍어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죠.앞으로도 미국은 계속 돈을 찍어낼 겁니다. 따라서 여기에 맞는 준비를 해야 합니다. "

▼상품에 투자해야 한다는 뜻인 것 같은데요. 상품의 투자 가치는 언제까지 지속될 것으로 봅니까.

"상품은 지난 12년간 최고의 투자처였습니다. 무려 1000%의 수익률을 거뒀습니다. 여전히 최고의 투자 대상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공급 부족이죠.물론 언젠가는 공급이 늘어날 겁니다. 하지만 그 언젠가는 굉장히 먼 훗날의 얘기일 겁니다. 석유와 농산물의 재고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수도 줄어들고 있고,새로운 광산 개발에도 시간이 걸릴 겁니다. 저는 주머니에 늘 은을 가지고 다닙니다. 은 쌀 설탕 금 등 상품에 대해 낙관하고 있기 때문이죠."

▼최근 몇 차례 인터뷰에서 미국이 조만간 또 한 차례 불황을 겪을 거라고 얘기했습니다. 하지만 2월 미국 소비자 신뢰지수,제조업지수,소기업 낙관지수 등 모든 지수가 몇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가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경기가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미국은 깜짝 놀랄 만한 규모의 빚을 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 200년 동안 4~6년 만에 한 번씩 경기 침체를 경험했습니다. 다음 침체가 언제일지는 모르겠습니다. 올해가 될 수도 있고 내년,혹은 내후년이 될 수도 있죠.확실한 건 다음에 올 경기 침체는 끔찍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어마어마한 부채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죠."

▼유럽의 재정 위기에 대한 우려도 여전합니다. 유럽 경제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으로 봅니까. 또 유로화의 가치는 어떻게 될까요.

"저도 유로화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15년 이후에도 유로화가 지탱이 될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유로화가 생존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미국 달러화와 경쟁하는 통화가 출현하는 게 좋은데 유로화가 가장 이상적입니다. 유럽에도 인플레이션이 있습니다. 하지만 유로화는 달러에 비해 경쟁력이 있습니다. 유럽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긴축을 하고 있죠.유럽 경제는 미국과 비교했을 때 상황이 낫습니다. 물론 부채가 많은 국가도 있지만 작은 일부 국가에 국한돼 있죠."

▼이머징 마켓에 대해 매도(쇼트)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데요.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머징 마켓은 지난 수년 동안 과열됐습니다. 그래서 헤지 차원에서 쇼트 포지션을 취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도의 경우 주가가 굉장히 많이 올랐는데 그럴 만큼의 펀더멘털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석유와 농산물,원자재를 가지고 있는 이머징 국가에 대해선 쇼트 포지션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

▼한국도 이머징 마켓 중 하나인데요. 한국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저는 사람들이 한국을 이머징 마켓이라고 부르면 웃습니다. 한국은 이머징 마켓이 아닙니다.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입니다. 서울이나 부산 어디를 가봐도 잘 개발돼 있고 성공적이고 부유합니다. 또 한국은 순채권국입니다. 미국과 비교해도 한국의 상황은 좋습니다. 미국을 개발도상국이라고 부를 수는 있어도 한국은 아닙니다. "

▼나스닥 기술주들과 미국 장기 채권에 대해서도 쇼트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헤지 차원입니다. 기술주는 주가가 너무 비싸고 업계 내 경쟁이 치열합니다. 아주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투자자들이 돈을 벌기 어렵습니다. 미국 채권의 경우 미국은 절대로 빚을 갚을 수 없습니다. 불가능합니다. 언젠가 미국 채권값이 폭락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미국 채권은 제가 경험한 최악의 버블을 안고 있어요. "

▼중국 위안화를 가장 안전하고 투자 가치가 있는 통화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무역 흑자를 내는 나라입니다. 세계적인 채권국이기도 하죠.거대한 인구를 가지고 있고 열심히 일합니다. 그런데 중국 위안화는 평가절하돼 있습니다. 인위적으로 절하돼 있죠.예를 들어 일본 엔화는 지난 20~30년 동안 미국 달러화 대비 400%나 평가절상됐습니다. 앞으로 위안화도 상당히 오를 겁니다. "

▼달러화는 앞으로도 계속 보유할 생각인지요. 아니면 모두 팔 계획인지요.

"지금은 미국 달러를 조금 가지고 있습니다. 당분간은 상승할 가능성이 있는데,적당히 오르면 모두 팔 생각입니다. 장기적으로 볼 때 미국 달러는 끔찍할 만큼 가치가 하락할 겁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미국의 채무는 엄청납니다. 세계 역사에서 이런 나라는 없었어요. "

▼중국이 8% 성장 정책을 포기하면서 한국의 성장률도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있습니다.

[다시 보는 2011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 (2) "美 양적완화로 실물가격 상승세…상품은 여전히 최고의 투자처"
"중국이 성장 속도를 늦추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과 경기 과열 때문이죠.속도를 늦추더라도 중국은 여전히 성장할 겁니다. 성장률이 3%만 된다고 해도 13억 인구를 고려할 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속도가 느려지는 건 당연한 현상입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한국은 많은 기회가 있습니다. 중국이 아니면 일본 호주 인도 등 다른 시장에 수출하면 됩니다. 앞으로 한국이 번영하고 성장할 기회는 많습니다. 북한과의 통일이 이뤄지면 상황은 더욱 좋아질 겁니다. "

정리=유창재/허란 기자 yoocool@hankyung.com

짐 로저스 회장은
소로스와 퀀텀펀드 설립…12년간 누적수익률 3365%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69)은 1969년 조지 소로스와 함께 퀀텀펀드를 설립한 세계적인 헤지펀드 투자자다.

미국 앨라배마주 시골에서 태어났지만 예일대를 최우등으로 졸업했고 영국 옥스퍼드대에 장학생으로 선발된 수재다. 한창 돈을 잘 벌던 1980년 38세의 나이로 펀드매니저를 공식 은퇴했다. 하지만 짧은 월가 시절 그의 활약은 아직까지도 전설로 남아 있다. 소로스와 함께 한 12년 동안 퀀텀펀드의 수익률은 3365%에 달했다. 월가 입문 당시 그의 호주머니에 있던 600달러는 은퇴시 1400만달러가 됐다.

로저스 회장은 은퇴 후에도 저평가된 주식 · 상품 · 외환시장에 투자를 계속해왔다. 특히 언론 인터뷰와 각종 투자 세미나 등에서 상품(commodities) 투자를 권유해 높은 수익률을 실현시키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미래에셋이 그의 이름을 따서 미래에셋맵스로저스Commodity인덱스펀드와 미래에셋맵스로저스농산물지수펀드를 내놓았을 정도다.

로저스 회장은 '월가의 인디애나 존스'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다. 1990~1991년 오토바이를 타고 세계 일주에 나서 22개월간 52개국 10만4000㎞를 달렸고,1999년 1월부터 2002년 1월까지는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아 116개국 24만5000㎞를 자동차로 여행했다. 여행 도중인 2000년 1월1일 여행 파트너 페이지 파커와 결혼해 2003년 61세의 나이에 첫딸을 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