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르포] 슈퍼마켓 개점 30분만에 식료품 '바닥'…주유소엔 차량 장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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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필품 공장도 전기 끊겨…편의점, 도시락 등 공급중단
수도권 정유공장 4곳 '스톱'…문 닫는 주유소 속출
한국 관광 나섰던 일본인들, 라면 등 생필품 대거 구입
수도권 정유공장 4곳 '스톱'…문 닫는 주유소 속출
한국 관광 나섰던 일본인들, 라면 등 생필품 대거 구입
도쿄의 중산층 주거지역인 세타가야구 후타고타마가와에 있는 슈퍼마켓 도큐스토어.15일 오전 10시께 이 슈퍼마켓 입구에는 장바구니를 든 사람들의 행렬이 점포를 빙돌아 100m를 넘었다. 개점시간 한 시간 전인 오전 9시부터 줄을 섰다는 주부 다쓰모토 에리코 씨(39)는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식료품 코너로 달려가 쌀 즉석밥 컵라면 식수 등 비상 식량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다쓰모토 씨는 "대지진 이후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 식료품을 구하기 어려워 살 수 있을 때 충분히 사 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슈퍼마켓의 웬만한 식료품은 30분 만에 바닥이 났다.
3 · 11 대지진 이후 도쿄시내에서조차 식료품 품귀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식료품 공장의 피해로 생산량 자체가 줄어든 데다 그나마 생산된 제품은 도호쿠(東北) 지방 등 재해지역에 우선적으로 공급되고 있어서다. 지바의 정유공장 화재 등으로 수도권엔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 공급도 차질을 빚고 있다. 아예 문을 닫은 주유소가 많고,영업 중인 주유소엔 아침부터 차량 행렬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편의점엔 식료품 공급 안 돼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의 편의점에는 도시락과 주먹밥(오니기리) 물 컵라면이 속속 동나고 있다. 일본의 최대 편의점 업체인 세븐일레븐은 수도권 점포에 공급하는 도시락과 주먹밥 공장이 지진피해가 큰 도호쿠 지방에 집중돼 있다. 이 때문에 세븐일레븐 수도권 매장엔 지난 12일 이후 도시락과 주먹밥 공급이 사실상 중단됐다.
편의점 업체인 로손의 경우 수도권 매장에 도시락을 공급하는 지바공장이 쓰나미 피해를 입어 가동을 멈췄다. 피해가 없는 오사카지역 등지에서 생산한 식료품은 수도권보다 재해지역에 먼저 보내진다.
지난 14일부터 수도권지역에서 제한 송전이 실시돼 전력란과 물류대란이 일어나 수도권에 대한 식료품 공급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식료품 생산 공장도 단전 대상이어서 생산량 자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세븐일레븐의 도요스매장 매니저인 사토 기이치 씨(29)는 "텅빈 식료품 매장을 언제 채울 수 있을지는 본사에서도 확실히 대답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석유공급 차질
수도권에서 품귀현상은 식료품만이 아니다.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 부족도 심각하다. 일본의 수도권인 간토(關東)지역에는 8곳의 정유공장이 있다. 그러나 이 중 4곳이 지진과 쓰나미 피해로 조업을 중단했다. 수도권에 휘발유 등의 공급이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대형 석유유통회사 중 한 곳인 JX에너지는 일본 서부지역에서 휘발유 등을 공급받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재난지역에도 석유 공급이 태부족인데다 구급차와 소방차 등에 대한 공급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일반 주유소에 공급량을 늘리긴 어렵다"고 이 회사 홍보담당자는 말했다. 그는 "수도권 지역에 석유 수급난이 언제 해소될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정유업계 단체인 석유연맹은 "불요불급한 휘발유의 구입을 자제하고,불필요한 차량 운행도 줄여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휘발유 품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주요 기업들에 비축유 방출을 적극 요구하고 있다.
한편 일본 내 생필품 부족을 우려해 한국에서 라면을 비롯한 생필품을 사는 일본인 관광객들도 늘어나고 있다.
롯데마트는 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지난 11일부터 12일까지 서울역점의 외국인 고객 매출을 전주 같은 기간과 비교해 본 결과 15%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품목별로는 생필품인 즉석 조리식품이 47.7%,라면이 59.0% 늘어났다.
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
다쓰모토 씨는 "대지진 이후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 식료품을 구하기 어려워 살 수 있을 때 충분히 사 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슈퍼마켓의 웬만한 식료품은 30분 만에 바닥이 났다.
3 · 11 대지진 이후 도쿄시내에서조차 식료품 품귀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식료품 공장의 피해로 생산량 자체가 줄어든 데다 그나마 생산된 제품은 도호쿠(東北) 지방 등 재해지역에 우선적으로 공급되고 있어서다. 지바의 정유공장 화재 등으로 수도권엔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 공급도 차질을 빚고 있다. 아예 문을 닫은 주유소가 많고,영업 중인 주유소엔 아침부터 차량 행렬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편의점엔 식료품 공급 안 돼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의 편의점에는 도시락과 주먹밥(오니기리) 물 컵라면이 속속 동나고 있다. 일본의 최대 편의점 업체인 세븐일레븐은 수도권 점포에 공급하는 도시락과 주먹밥 공장이 지진피해가 큰 도호쿠 지방에 집중돼 있다. 이 때문에 세븐일레븐 수도권 매장엔 지난 12일 이후 도시락과 주먹밥 공급이 사실상 중단됐다.
편의점 업체인 로손의 경우 수도권 매장에 도시락을 공급하는 지바공장이 쓰나미 피해를 입어 가동을 멈췄다. 피해가 없는 오사카지역 등지에서 생산한 식료품은 수도권보다 재해지역에 먼저 보내진다.
지난 14일부터 수도권지역에서 제한 송전이 실시돼 전력란과 물류대란이 일어나 수도권에 대한 식료품 공급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식료품 생산 공장도 단전 대상이어서 생산량 자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세븐일레븐의 도요스매장 매니저인 사토 기이치 씨(29)는 "텅빈 식료품 매장을 언제 채울 수 있을지는 본사에서도 확실히 대답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석유공급 차질
수도권에서 품귀현상은 식료품만이 아니다.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 부족도 심각하다. 일본의 수도권인 간토(關東)지역에는 8곳의 정유공장이 있다. 그러나 이 중 4곳이 지진과 쓰나미 피해로 조업을 중단했다. 수도권에 휘발유 등의 공급이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대형 석유유통회사 중 한 곳인 JX에너지는 일본 서부지역에서 휘발유 등을 공급받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재난지역에도 석유 공급이 태부족인데다 구급차와 소방차 등에 대한 공급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일반 주유소에 공급량을 늘리긴 어렵다"고 이 회사 홍보담당자는 말했다. 그는 "수도권 지역에 석유 수급난이 언제 해소될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정유업계 단체인 석유연맹은 "불요불급한 휘발유의 구입을 자제하고,불필요한 차량 운행도 줄여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휘발유 품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주요 기업들에 비축유 방출을 적극 요구하고 있다.
한편 일본 내 생필품 부족을 우려해 한국에서 라면을 비롯한 생필품을 사는 일본인 관광객들도 늘어나고 있다.
롯데마트는 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지난 11일부터 12일까지 서울역점의 외국인 고객 매출을 전주 같은 기간과 비교해 본 결과 15%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품목별로는 생필품인 즉석 조리식품이 47.7%,라면이 59.0% 늘어났다.
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