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내세운 청년실업 대책 화두는 1인 창조기업을 통한 '한국판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창업자)'의 육성이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는 지난 주말 이들 기업을 지원하는 '1인창조기업 육성법'을 통과시킨 뒤 "세계 최초의 1인 창조기업 육성법이 탄생했다"며 뿌듯해했다.

그런데 만약 저커버그나 스티브 잡스가 한국에서 페이스북이나 애플을 창업한다면 1인창조기업으로서 지원받을 수 있을까. 법안대로라면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1인창조기업을 '상시근로자 없이 1인이 업(業)을 영위하는 자'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혼자 창업해야만 지원해 줄 수 있다는 얘기다. 페이스북은 저커버그와 에두아르두 사브린 등 4명이 공동으로 만든 회사다. 애플 역시 잡스 외에 스티브 위즈니악과 로널드 웨인이 공동 창업했다.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등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정보기술(IT) 기업 중 혼자 창업해서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

하지만 국회는 '1인 창업기업'만을 지원 대상으로 규정했다. 뿐만 아니다. 일단 1인창조기업으로 지정되면 인원을 늘리기도 부담스럽다. 직원을 뽑으면 3년간만 1인창조기업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다른 기업을 인수 · 합병(M&A)할 경우에도 자금과 시설 · 교육지원을 받을 수 없다.

전문가들은 1인창조기업의 취지는 '1인'에 있는 게 아니라 '창조'에 있다고 말한다. 과거와는 다른 산업환경 속에서 창의력과 속도로 무장한 초마이크로 기업을 육성하자는 뜻이라는 설명이다. 1인창조기업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분야에서도 대개 2~5명이 함께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인창조기업 주관부처인 중소기업청도 협업의 중요성을 인식해 팀 기술 개발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가 국회 법안에 대해 곤혹스러워하는 이유다. 시행령을 통해 보완한다지만 상위 규정에 명시된 기업의 정의를 어떻게 손볼지 난감해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2~3명들로 구성된 1인창조기업들은 지원을 받기 위해 법이 발효되는 6개월 전까지 직원들을 해고해야 할 판이다. 국회의 사려깊지 못한 입법으로 많은 '창조기업'들이 흔들리게 됐다.

고경봉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