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중국 사업을 총괄할 한화차이나를 5월 출범시킨다.

김승연 한화 회장(사진)은 14일 서울 여의도 대한생명 63빌딩에서 열린 한화골프단 창단식에 참석한 뒤 기자와 만나 "오는 5월 한화차이나가 공식 출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화차이나는 삼성그룹의 '중국삼성',SK그룹의 'SK차이나'처럼 한화그룹의 중국 비즈니스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 김 회장은 인력 규모를 묻는 질문에 "30~40명 선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또 "중국에서 자산운용사도 하려고 하며,석유화학도 증설이 필요하다"고 말해 올해 중국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릴 것임을 시사했다.

◆2월 초부터 설립 작업 박차

한화는 2월 초부터 계열사별로 3~4명씩을 뽑아 한화차이나 설립 작업을 진행해왔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과거 헝가리은행,아테네은행 등 해외 사업에서 역할을 했던 직원들을 포함해 HSK(중국한어수평고시) 9급(11급이 최고) 이상 중국어 능통자 등을 선발했다"고 전했다.

그룹 측은 한화케미칼 대한생명 등 각 계열사들이 중국에 개별 진출하면서 홍보 및 경영관리,대관 업무 분야 등에서 효율성이 떨어지자 이를 총괄할 컨트롤 타워를 두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는 지난해 8월 세계 4위의 태양전지 모듈 기업인 중국 솔라펀파워홀딩스(현 한화솔라원)의 지분 49.9%를 4300억원에 사들이는 등 베이징과 상하이,저장성 등에서 석유화학,태양광 등 제조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보험 및 증권업 진출도 준비 중이다.

김 회장은 이날 "한화솔라원은 태양광 분야에서 국내에서 유일하게 나스닥에 상장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태양광 사업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 비서실 차장은 이 회사의 등기이사다.

◆석유화학,태양광,금융 투자 확대

한화차이나 출범을 계기로 그룹의 중국 사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김 회장이 석유화학 분야의 증설 필요성을 언급함에 따라 한화케미칼의 PVC(폴리염화비닐) 공장 증설 프로젝트도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케미칼은 지난달 저장성 닝보에 연 30만t규모의 PVC 공장을 완공한 데 이어 2015년까지 50만t을 증설,국내 생산시설을 합해 연간 140만t의 생산규모로 세계 5위에 오른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태양광 분야에서도 한화솔라원을 중심으로 중국내 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그룹의 솔라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홍기준 한화케미칼 사장은 지난달 말 "원가 경쟁력을 잃은 국내 대신 중국을 중심으로 셀(전지) · 모듈 등 태양광사업 관련 생산 설비를 증설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화케미칼은 한화솔라원의 태양전지 생산능력을 현재 500㎿에서 올 연말까지 1.3GW로,모듈 생산능력은 900㎿에서 1.5GW로 늘릴 계획이다.

금융 분야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대한생명은 올 연말까지 중국 업체와의 50 대 50 합작법인을 통해 보험업에 진출할 예정이다. 한화증권이 2008년 상하이에 투자자문사를 설립한 데 이어 한화투신운용은 톈진에서 자산운용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선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이 MOU(양해각서)를 맺고,자산운용사 설립 작업을 진행 중이다.

◆중국,글로벌 진출의 디딤돌

한화는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을 발판으로 해외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김 회장은 올초 신년사에서 "앞으로의 10년이 우리 한화의 글로벌 선진화를 이룩할 중차대한 시기가 될 것"으로 전제한 뒤 "한화솔라원,닝보 PVC 공장,대한생명에 큰 기대를 갖고 있다"며 중국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톈진 의 전략적 사업기지 육성계획도 새로운 글로벌 사업기회를 창출하기 위한 또 하나의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