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이 작심한 듯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제기한 초과 이익공유제에 대해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 정부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낙제 점수를 조금 넘는 수준"이라고 평가,이 회장의 발언 배경과 진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회장은 평소 "자본주의 최대의 발명품 가운데 하나는 인센티브"라고 말해왔다. 이 말은 단순히 삼성 내에서 성과를 올린 사람에게 보상을 해주는 것뿐 아니라 협력업체 지원에도 그대로 반영돼 왔다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협력업체 중 경쟁력과 잠재력을 갖춘 회사는 돈을 더 주고서라도 삼성에 납품토록 하는 조치를 적용해 왔기 때문이다.

이익공유제 논란은 이 회장이 전혀 받아들일 수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이슈였다는 관측이 삼성 안팎에서 나온다. 재계 일각에선 이 회장이 "경제학에도 없는 용어,사회주의, 공산주의" 등 직설적인 화법을 쓴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보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도 연간 17조원의 영업이익 가운데 70%를 납품하는 협력업체로서의 위치에서 거둬들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들이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것에 대해 정부 일각에서조차 "협력업체들을 쥐어짜 나온 실적"이라고 폄하하는 기류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경제정책과 관련, "10년 전에 비해 성장을 계속해왔다"면서도 "낙제는 면한 수준"이라고 낮게 평가한 것도 이와 관련 있는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이 회장은 1995년 "정치는 4류,정부는 3류,기업은 2류"라고 말해 곤란을 겪은 뒤 정부 정책과 관련한 언급을 자제해왔다. 한국의 대표적 오너 경영인으로서 정부의 지나친 정책에 문제를 제기,기업들의 입장을 대변했다는 시각도 있다.

삼성 측은 이날 발언이 동반성장 정책을 적극 지지하고 협력업체 육성에 나서겠다는 이 회장의 평소 생각과는 전혀 배치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회장이 지난해 동반성장을 위한 청와대 회의에서 "그동안 뒤를 돌아보지 못했다"고 말한 후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다양한 지원방안을 입안,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룹 관계자는 "이익공유제란 것이 정 위원장의 개인적인 의견인 만큼 문제가 있다면 비판할 수 있는 것"이라며 "동반성장 정책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